온라인게임이 전성시대를 맞았다. 문화콘텐츠의 견인차로 촉망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회는 위기를 동반한다. IT부흥 재건의 깃발을 든 온라인게임 역시 세계 각국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 자칫 헛발을 딛는 순간 그간의 신화는 모래성이 될지도 모른다. 온라인게임 산업의 2004년 발전과제와 대처방안을 조명한다.
“중국은 결코 공산주의를 할 수 없는 나라다. 잠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공산주의가 머물렀을 뿐 저류(低流)에는 그들의 자본주의적 색채가 그대로 남아있다.” 중국에 본거지를 둔 한 업체 사장의 ‘중국진단’이다.
IT 붐을 이끌고 상륙한 중국 땅에서 우리 기업들은 수없이 고배를 마셨다. 시장을 몰랐고 문화를 몰랐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등을 돌렸다. 한국기업의 중국진출 가운데 유독 빛을 보고 있는 산업이 있다면 온라인게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은 가장 자본주의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류’도 한몫 했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중국에서 적자(適者)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과 함께 유사한 문화적 배경이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중국이 게임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게임시장에서 한국게임의 경쟁력을 말하자면 문화적 유사성은 경쟁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중국적인 게임은 중국이 가장 잘 만든다. 기술의 우수성 역시 중국의 진격 앞에 오래 버티지 못할듯 싶다. 중국정부는 오는 3월 상하이에 게임아카데미를 세운다. 더 이상 한국 온라인게임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렇다면 중국시장을 근간으로 볼 때 한국의 ‘온라인게임 천하통일’은 말잔치에 그칠 수 있다. 중국의 움직임으로 보아 한국 온라인게임은 ‘1년 천하’가 될지 모를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온라인게임이여, 3년만 즐겨라.” IT의 황제 빌 게이츠가 ‘2003 컴덱스 폴’에서 화두를 던졌다. 빌 게이츠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콘솔게임의 온라인화가 이미 시작됐고 더이상 온라인게임의 영화는 없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MS는 온라인기능이 첨부된 콘솔게임 ‘X박스 라이브’를 차세대 병기로 들고 나왔다. 일본의 대표 게임업체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K)는 온라인이 가능한 콘솔게임기 ‘PS3’를 준비중이다. 이 모두 온라인게임시장을 겨냥한 야심작들이다.
바꿔 생각해보면 MS나 소니와 같은 거대 기업들이 온라인게임을 사업의 수단으로 생각치 못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엔터테인먼트 그룹들이 콘솔게임을 들고 온라인으로 접근하려는 것은 분명 다른 뜻이 숨어있다.
게임성 면에서 콘솔게임은 온라인게임보다 한수 위다. 그래픽과 사운드, 특히 TV라는 게임의 접근성 면에서 PC에 의존하는 온라인게임과 비교가 안된다. 시장 규모면에서도 콘솔게임은 2002년 기준으로 전체시장의 34.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온라인게임의 시장점유율은 9.06%대다. 결과적으로 게임시장의 큰 물결은 온라인게임에서 콘솔게임으로의 이동이 아닌 콘솔의 온라인 점령이기 때문이다.
굳이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겨냥한 것은 아닐지라도 ‘콘솔폭탄’의 파괴력은 온라인게임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게임 판도변화를 반영하듯 최근 PC방이 콘솔게임을 겸하는 ‘플스방’으로 변하고 있는 것도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중국과 콘솔게임의 도전은 거세다. ‘앞에서 치이고 뒤에서 받는’ 형국이다. 또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경쟁이기도 하다. 이같은 상황으로 미루어 앞으로 1년이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의 흥망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온라인게임의 주변국이 아닌 중심국으로 서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진구 지니웍스 부사장은 “콘솔게임의 온라인화, 중국의 진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한국이 온라인게임의 헤게모니를 쥐고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1년 안에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게임개발 스튜디오’를 국내에 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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