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경기회복의 기운이 뚜렷하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가 회복되고 있으며 중국이 용틀임을 시작했다. 유럽의 경제통합 열기도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IT 산업도 지난 2년여간의 불황에서 탈출해 재도약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IT 경기동향지표의 하나인 반도체 시장이 올해 2088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7%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년 이상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던 반도체 시장이 부활하면 휴대폰, PC, 디스플레이 등 유관 산업도 함께 경기상승곡선을 타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IT 산업계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IT 산업의 주춧돌인 컴퓨팅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재도약을 위한 움직임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기업들이 지난 2년여간 신규 IT 투자를 자제하고 기존 전산 자원을 재활용해 총보유비용(TCO)을 절감하는 보수적인 전략에서 벗어나 웹 기반 글로벌 협업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경기회복의 기운을 타고 시장과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차세대 고객관계관리(CRM),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공급망관리(SCM) 등을 도입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IT 기업들은 2004년을 맞아 희망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매출증대 및 수익 높이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연구개발센터 설립과 같은 중장기적인 포석과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최준근 한국HP 사장은 “미국 경기의 회복 전망과 함께 세계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기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제 어려운 시기는 다 지났다”고 말했다. 또 “수출 증대와 더불어 정치와 경제 상황이 안정된다는 가정하에 기업 정보시스템 시장에서 훈풍이 불어 지난 2∼3년간 미루어졌던 IT 투자가 제조, 유통, 건설 등을 중심으로 재개될 것”이며 “한국 IT 산업의 근간인 PC 산업이 회복되는 것을 기점으로 전체 IT 산업이 성장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 IT기업 사이에서 ‘2년여만에 찾아온 경기상승국면을 놓칠 수 없다’는 인식이 각인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국IBM, 한국유니시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한국EMC컴퓨터시스템즈, 한국오라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외국계 컴퓨팅 기업들도 매출 및 수익 증대를 위한 세부 전략 수립을 마무리하고 성장 동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하드웨어 기업들의 경우 ‘IT 아웃소싱 서비스’를 한국시장에서 본격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포괄하는 공격적인 사업전략을 마련하고 있어 국내 IT 수요확산의 밑거름을 제공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노키아, 모토로라코리아, 에릭슨코리아, 노텔네트웍스코리아, 어바이어코리아 등 통신분야의 외국계 기업들과 인텔코리아, AMD코리아, 페어차일드코리아 등 반도체 및 부품업종의 유명 기업들도 경기회복에 대비한 2004년도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전의를 다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반도체, 액정화면표시장치(LCD), 정보통신기기등 한국 IT산업에서 수출을 주도하는 분야의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중공업, 유통, 물류, 건설 등 전통적인 업종을 중심으로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 수요가 증대하고 이를 웹으로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 펼쳐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신 산업에서도 휴대폰 번호이동성제도를 필두로 광대역 유선통신의 확산, 디지털방송과 통신의 결합 등으로 IT산업 부양의 밑거름을 제공하고 금융산업의 경우에도 인터넷 뱅킹, 프라이빗 뱅킹, 은행간 흡수합병에 따른 전산통합 등 차세대 IT 인프라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전자정부 구현사업도 20004년을 기점으로 시·군·구 단위로 깊숙히 포설되기 시작해 신전자문서시스템, 국가기록물 디지털창고(자료관시스템) 등과 같은 IT 수요를 창출하기 시작해 외국계 IT기업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인텔, IBM, 노키아, 모토토라, SAS 등 주요 IT기업들의 한국 사업전략이 장기적인 형태로 전환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상당수의 다국적 기업들은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한국지역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강화 및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오라클, SAP, 사이베이스 등도 한국을 동북아 IT 사업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서 인식하고 있다.
올 한해동안 다국적 기업의 투자 확대로 한국이 21세기 디지털 세계 경제의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추춧돌이 하나씩 놓아 질 것으로 보인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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