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해 여름 중국에서 IT교육봉사활동을 벌이던 중 평양정보센터(PIC)와 하나비즈가 합작으로 단둥에 설립한 하나프로그람센터를 방문한 바 있다. 이곳에서는 2년전부터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리과대학, 평양콤퓨터기술대학 출신으로 구성된 북한의 개발자들이 남한기업들이 발주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프로그램 개발자와 명함을 교환하고 보니 e메일 주소가 동일하다는 점에 놀랐다. PC를 사용해 인터넷으로 작업을 하는데, 북한의 상부기관에서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e메일만 통제하면 되는 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인터넷은 자유와 평등이 기본 사상이다. e메일의 기본 철학은 통신망을 이용하여 누구나 쉽게 주소를 만들어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이다. e메일은 네트워크가 있는 곳은 어디라도 메시지를 보내고 받을 수 있는 ‘일반 편지+네트워크’의 개념이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일 따름인 e메일을 북한당국에서 통제한다고 하니 고위층의 정보화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몇년째 연두교시에서 ‘IT를 통한 과학기술입국 건설’을 지시함으로서 북한에서의 컴퓨터 활동을 강조해 왔다. 최근에는 어리석은 사람의 세 가지 유형중 하나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컴퓨터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것은 일종의 특권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컴퓨터를 새로운 시대의 변혁을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 인식했고 엘리트층에 이를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를 배우기를 원하고 컴퓨터와 관련한 직업은 좋은 직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 방문때 “남북통일이 남북한 주민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으려면 북한의 경제가 한국경제의 수준에 가깝도록 성장한 뒤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의 생산성을 한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IT는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북한이 자동화, 정보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도층의 마인드가 우선이다. 그래서 북한 지도층에 IT교육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 지도층에게 우리의 IT교육 경험을 가르치자. 지도층에 교육을 통한 파급효과는 크다. 우리도 컴퓨터 도입 초기에는 기업 CEO와 정부 관료 및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지도층 마인드가 사회를 바꾸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층이 컴퓨터를 배우겠다는 의지가 있으므로 우리 과거경험으로 도움을 준다면 스포츠에 이어 과학기술교류도 쉽게 추진될 것이다.
둘째, 남북의 대학의 인적·물적 협력을 위한 민간교류를 추진하는 방안이다. IT 관련 남북공용 교육 방법의 효율적 개발, 공통 커리큘럼과 교재에 의한 공유지식의 증대, 상호간 교육을 통한 교류는 자연스럽게 미래의 지도층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의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한국IT교수봉사단’을 구성하자. 남한의 우수교육 인력의 인프라를 북한 IT교육에 접목함으로서 매년 연구년을 활용하고 있는 전국 대학교수들의 자원봉사로서 실현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물론 북한 기초IT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우리 대학연구소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북한이 IT협력교류를 얼마나 절실히 원하는가에 달려있다. IT에 기반한 생산성 향상이 북한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임이 틀림이 없다. IT 육성에 대한 지도층의 이해가 부족해서 남한의 제안을 희망사항으로만 치부해 버린다면 남북 협력의 길은 요원할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지도층이 IT의 도입이 생산성 증대를 위한 필수조건임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 최 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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