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네오위즈 박진환 사장(3)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가지과의 한해살이풀.’ 피망의 사전적 풀이다. 이 피망이 대박을 터뜨릴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피망 발표는 모험이었다.

 네오위즈의 ‘피망’에는 남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BI(Brand Identity)를 펑펑 터지는 폭탄으로 잡았다. ‘터지는 재미’라는 숨은 의미를 전달하려는 의도였다. 피망. 용어 자체가 익숙한데다 발음하기도 편하다.

 네오위즈가 게임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은 지난해. 시작은 단출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 클럽인 세이클럽(http://www.sayclub.com)에 웹보드 게임을 붙여 게임사업을 벌였다. 하반기부터 매출에 탄력이 붙기 시작하더니 올 초에는 네오위즈 전체 매출의 50%를 게임사업 부문이 가져가기 시작했다.

 게임사업 분리에 대한 논의가 일기 시작한 것은 이 시점이다. 커뮤니티사이트인 세이클럽의 하위서비스로 묶어 두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져 버린 데다 사용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기 시작했다. 게임은 특성상 공지사항이 많기 마련인데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게임을 재미있고 편하게 제공하는 노력에 한계를 느꼈다. 세이클럽 하위 브랜드로 게임을 이끌고 가느냐, 새로운 브랜드로 끌고 가느냐. 결국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기업경영은 끊임없는 선택과의 싸움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 그리고 그 선택을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가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브랜드를 분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첫 분리라 성공에 대한 확신도 없을 뿐더러 추가적인 마케팅 비용도 부담이었다. 힘든 고민은 며칠씩 이어졌다.

 그래. 시작한 거 끝을 보자. 부딪쳐 보지도 않고 물러날 순 없다. 결국 과감히 분리안을 택했다. 방향이 정해지자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게임 사업부는 활기에 찼고 분리작업에도 탄력이 붙었다.

 초여름 사업추진 태스크포스(TF)가 올린 브랜드 후보로 ‘피망(Pmang)’이 올라왔다. 피망? 기존 게임사이트들과 차별화된 브랜드로 가자는 전략으로 전혀 게임스럽지 않은 단어를 선택했다. 아무리 ‘터지는 재미’라는 뜻을 불어 넣는다고 해도 게임과 피망이 어울릴 수 있을까.

 처음에는 강하게 반대했다. 게이머들의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사업본부장과 게임사업부 팀장들이 피망을 적극 추천하고 나섰다. 이들은 반대하는 나에게는 대안을 내놓으라며 결정을 채근했다.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그래. 사업을 이끌 전문가들이 저렇게 애정을 갖는다면 한 번 해보자. 결국 그 브랜드를 늘 접하고 키워갈 사람들은 그들이 아닌가. 내가 그것을 사랑하도록 노력하겠다.”

 피망(http://www.pmang.com)은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다. 마케팅 비용으로 책정한 금액은 무려 100억원. 네오위즈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을 잡아 마케팅에 투자했다. ‘빨간 폭탄’을 단 버스가 지나다니고 애드벌룬이 뜨고. 눈이 휘둥그래진 행인들을 보는 일은 마음졸이는 동시에 행복한 경험이었다. 용어에 낯설어하고 궁금해하고. 관심을 끈다는 것은 일단 성공으로 봐야 한다. 예상은 보기좋게 맞아떨어졌다. 결과는 대성공. 발표 두달여 만에 게임 순방문자가 급증하면서 각종 인터넷순위 차트에서 1위 자리에 올랐다. ‘터지는 재미’ 피망 브랜드의 대박은 이렇게 ‘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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