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계 재사용률 높이기 경쟁
서울 중구 쌍용정보통신(대표 강복수) 본사 9층 품질경영팀. 품질경영팀내 셋업(setup)파트 소속 엔지니어들은 요즘 ‘재사용’ 작업에 정신이 없다. 과거 수행한 프로젝트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산출물·프로그램 소스·문서 등을 컴포넌트화한 뒤, 유사 신규 프로젝트에서 고객요구에 맞게 재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는 것. 요즘에는 내년초 해군 전술 지휘통제자동화체계 개발을 앞두고, 지난해 개발완료한 해군 전술자료체계(KNTDS)에서 유사 컴포넌트들을 뽑아내 재사용할 방법을 연구중이다.
지난 여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정보시스템(경기운영·대회지원관리·인터넷정보·패밀리정보) 구축 사업을 추진하면서 재사용 전략으로 뚜렷한 성과를 거둬 고무돼 있는 상황이다. 이 프로젝트에 앞서 개발한 월드컵·아시안게임 정보시스템의 소스코드·문서 등을 유니버시아드 대회 특성에 맞게 수정해 60% 가량을 재사용함으로써 비용절감과 사업기간단축 효과를 보았다. 더욱이 2006년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될 아시안게임의 정보시스템 수주를 목표로 기존 산출물의 재사용 체계 마련에 착수했다.
쌍용정보통신의 최관식 품질경영팀장은 “SI 프로젝트에서 과거 산출물을 재사용하는 것은 비용절감, 기간단축, 투입인력 절감효과를 이끌어내 결국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며 “향후 컴포넌트를 많이 못 가진 SI업체는 생산성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기 때문에 소스코드·문서는 물론 지식과 인력까지도 재사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역 맞은편 연세세브란스빌딩 15층에 있는 SK C&C(대표 윤석경) R&D센터의 기술전략팀에서도 재사용이 중요 관심사다. 이들은 내년초 완료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e구매와 eHR 시스템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올들어 지금까지 45건 가량의 사내 솔루션을 정리하고, 30여건의 솔루션을 재사용하는 성과를 올렸다.
SK C&C의 권용민 기술전략팀장은 “연간 수백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상품성이 있어 보이는 산출물을 SI 패키지 솔루션화하고 있다”며 ”솔루션을 반복 재사용함으로써 품질은 개선되고 원가는 절감되며, 고객 역시 저렴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재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I업체들이 그동안 프로젝트를 끝난 뒤 버려지거나 관심 밖에 있던 각종 SI 산출물(프로그램소스·프로젝트계획서·분석설계서)을 재사용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축소·연기와 저가 경쟁으로 인한 이익률 악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SI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업체들이 원가절감과 적정이윤 확보 차원에서 재사용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욱이 재사용이 가능한 산출물들을 미리 상당수 확보해 놓음으로써 사업 성공률을 높이는데도 관심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500억원 가량의 원가 절감 목표를 세운바 있는 삼성SDS(대표 김 인)는 재활용이 가능한 문서 및 모든 프로젝트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을 만들어, 금융권 방카슈랑스 프로젝트 및 대형 웹개발 프로젝트에서 재사용했다. 덕분에 재사용율이 10%를 웃돌았으며, 이 분야에서 재사용으로 15억원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도 거뒀다.
김인 삼성SDS 사장은 “각종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패키지가 재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도, 이미 개발해 놓은 것들이 재사용되지 않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재사용이 안돼 새로 개발하면 추가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초기부터 재사용을 위한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스데이타(대표 김광호)는 소프트웨어(SW) 각 컴포넌트를 저장하고 검색·관리하는 ‘리파지토리(repository)’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각 모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철강·국방·지능형교통시스템 등 관련 SW의 산업별·기능별 컴포넌트를 확충해 재사용률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LG CNS(대표 정병철)는 지식관리센터를 통해 축적된 프로젝트 자산을 산업·적용기술·솔루션 등 프로젝트 특성별로 다양한 검색 경로를 통해 언제든지 재사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놓았다. 또 향후 프로젝트별 지식 자산 중 재사용 가능성이 높은 자산을 대상으로 전문 조직과 함께 재가공 작업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정보기술(대표 이문희)도 기존 프로젝트의 템플릿·개발방법론을 활용한 수익확보 및 원가절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