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전망대]음반영화업계 패소불구 저작권보호 압력 강화

사진; DVD 복제 방지 장치를 푸는 ‘DeCSS’ 소프트웨어 개발 혐의로 미국 영화업계에 고소당한 노르웨이 해커 욘 요한슨이 법정에서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의 불법 복제 및 저작권 관련 소송에서 저작권자에 대한 사용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선불맞은 호랑이가 더 무섭다”고 했던가. 패소 판결을 접한 음반·영화업계가 이를 계기로 세계 각국에 더욱 강력한 미국식 저작권법 도입 압력을 강요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통상 협상에 저작권법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는 등 국제 사회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

 ◇소비자 권리 인정=노르웨이 법원은 지난 22일(현지시각) DVD의 복제 방지 코드를 풀 수 있는 ‘DeCSS’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혐의로 할리우드 영화사에 고소당한 청년 해커 욘 요한슨(일명 DVD 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노르웨이 법원은 “요한슨은 자신이 정당하게 구입한 DVD에 대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재판으로 불법 복제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전달하려던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같은 날 네덜란드 법원은 “개인간 파일교환(P2P) 서비스 ‘카자’는 그 사용자들의 불법 파일 교환 행위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판결, 음반 업계에 상징적 타격을 입혔다. 미국 법원도 음반 업계가 영장 없이 P2P 의심자들의 신원을 인터넷 업체들에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라 판결했다. 캐나다 정부는 P2P 다운로드는 불법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음반·영화사 ‘포기않는다’=음반·영화 업계는 노르웨이 판결 후 “노르웨이 정부는 현행법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업계는 노르웨이 저작권법에 저작권 보호 장치에 대한 우회규정이 없어 패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미 엄격한 저작권 보호를 규정한 미국의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을 모델로 하는 강력한 저작권법을 각국이 채택하도록 로비 중이라고 C넷이 보도했다. 미국은 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저작권법 관련 사항을 주요 의제로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는 상대국이 DMCA와 비슷한 법을 제정하면 보다 유리한 교역 조건을 제시하는 등 당근을 내놓고 있다.

 유럽국가 가운데에서는 독일이 내년 여름 의회 인준을 목표로 비슷한 저작권법 제정을 추진 중이며 대부분 유럽 국가들에서도 2004년 안에 유사 법안이 채택될 전망이다. 미국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상에서도 강화된 저작권법의 확산을 주요 안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도 표적=아메리칸대학 법대의 피터 자스지 교수는 “미국이 통상 협상에서 지적재산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인식이 국제 사회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이 최근 FTAA 협상에 지적재산권을 포함시키는 것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 사회가 미국의 저작권 압력에 조직적으로 반대 운동을 펼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리카 등의 빈국은 저작권보다 식량·의료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이나 캐나다처럼 일정 수준의 경제력과 인터넷 인프라를 갖췄으면서 저작권법이 미흡한 것으로 인식되는 나라들에 압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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