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까지 200만명 `대체` 전망
미국 IT업체들이 경비절감을 위해 임금수준이 높은 하이테크 기술직의 해외이전(Off Shoring)을 가속화하면서 내년 미국대선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로이터는 덩치 큰 미국 기업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인도와 중국 등으로 일자리를 돌리면서 노조·지역사회와 심각한 마찰을 빚는가 하면 정치적으로 심각한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 IBM, AT&T 와이어리스 등 미국의 주요 IT업체들은 내년에도 인건비가 싼 인도나 중국의 직원채용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이는 미국내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인데 모건스탠리 등 조사기관은 오는 2014년까지 미국내 IT엔지니어 200만명이 해외인력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BM은 이달초 비용절감 차원에서 내년에 4700여명의 자사 프로그래머를 인도·중국 등 해외인력으로 대체한다고 밝혀 큰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미국 IBM의 한 고위간부는 “오는 2005년까지 미국내 IBM 직원 16만명 중 4만명의 일자리를 해외로 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AT&T 와이어리스는 뚜렷한 이유없이 직원 19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고 노조의 거친 추궁 끝에 인도계 IT서비스업체인 타타 컨설팅와 아웃소싱계약을 시인했다.
이처럼 거대 다국적기업들의 경비절감을 이유로 대규모 감원과 해외아웃소싱에 나섬에 따라 미국사회에서 따가운 시선을 사고 있다. 최근 IT컨설팅 업체인 액센추어는 내년에 인도지사의 현지직원을 1만명으로 늘린다고 발표한 직후 쏟아지는 항의전화로 홍역을 치뤘다. 미 상공회의소의 한 고위간부는 “값싼 외국인력만 고용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미국인의 생활수준 향상에 전혀 보탬이 안되는 존재”라며 대기업들을 비난했다. 이에 따라 해외인력을 고용한 미국기업과 외국계 인력서비스업체 모두 계약사실을 꼭꼭 숨기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인도지사의 모든 통근버스에서 MS란 기업로고를 지우라고 지시했다. 인도계 IT서비스업체는 최근 타임워너, CNN, 폭스TV, 월트디즈니 등 대기업과 잇따라 서비스계약을 맺으면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컨설팅업체 프라우트 앤 파트너의 잭 트라우트 회장은 “기업생존을 위한 인력서비스의 아웃소싱은 불가피한 대세지만 정치가로선 입장을 표명하기가 매우 껄끄러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IT업체들의 ‘탈 미국’ 바람이 산업 전 분야로 확산됨에 따라 내년 미국 대선에서 해외인력 아웃소싱은 큰 정치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