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가전만 명맥 유지…매대 철수 `사태`
사진; 예년 같으면 전자제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로 넘쳐날 연말이지만 용산 전자단지내 집단 상가들은 올해 경기 불황과 신용카드 대란이라는 직격탄을 맞아 빈 점포가 늘어나는 등 썰렁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윤성혁 기자 shyoon@etnews.co.kr>
용산 전자단지 등 집단 전자상가에서 연말 특수가 실종됐다.
집단상가에는 매년 연말이면 졸업과 입학 시즌, 겨울 방학이 겹쳐 컴퓨터 등 각종 전자제품 수요가 몰렸지만 올해는 경기 불황과 신용카드 대란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어느 해보다 썰렁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용산 전자단지내 나진전자월드에서 컴퓨터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보통 한해 전체 매출의 30% 가량이 겨울 방학시즌에 발생한다”며 “올해는 연말 특수를 찾아볼 수 없으며 연중 평균치보다 판매가 줄었다”고 말했다.
용산에서 그나마 선전하는 제품군은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 MP3·CD 플레이어 등 소형 가전 정도다. 그러나 명맥을 유지하는 제품이 한정돼있다 보니 매장간 경쟁이 치열해 이들 제품군도 일부 매장을 제외하고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형 가전 위주로 대부분 임차인이 매장을 임대 받은 후 이를 다른 사람에게 재임대해 운영하는 매장 전면의 진열장, ‘매대’조차도 텅텅 비어가고 있다. 특히 국산보다는 외산 소형 가전을 취급하던 매대의 철수 사례가 많은 실정이다. 수입 전자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전자랜드 2층 매장을 돌아보면 매장 전면 매대의 3분의 1가량이 빈 상태다.
임한식 전자랜드 수입전자상우회 회장은 “썰렁한 연말이지만 그나마 평상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디지털 카메라”라고 말했다. 임회장은 그러나 “이들 제품의 마진률이 점점 떨어지고 외산 중심이던 시장에 국산 브랜드가 파고 들면서 외산 매대 철수 사례가 늘었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일부 상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 위주로 매장 판매 제품을 교체해 나가는 현상도 잇따르고 있다.
용산 관광버스터미널상가에서 휴대폰 매대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외산이나 국내 대기업 브랜드가 상가에 너무 많이 나와 있어 중소기업 브랜드 위주로 매대를 구성했다”며 “얼어붙은 소비 심리 속에서 싼 가격으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상외로 연말 경기가 냉랭해지자 용산전자단지 내에서는 개별상가나 매장의 자구노력보다는 단지 전체가 공동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인상가내 조립PC업체 컴오즈 정세희 이사는 “수요가 살아있는 제품 행사는 용산 매장이 자발적으로 기획해야 하고 차없는 거리 만들기 등 외부 행사는 용산구청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