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금융시장 최대 400억원 규모
국내 주요 보안업체들이 공공 및 금융 시장의 방화벽 교체 수요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공공 및 금융 시장의 방화벽 교체 수요는 약 300억-400억원 규모로 이는 내년 보안 업계의 판가름할 정도다.
이에 따라 시큐아이닷컴, 퓨쳐시스템, 시큐어소프트, 어울림정보기술 등 국내 주요 보안업체는 제품 공급에 필요한 정부 인증 획득을 추진하고 미리 공공 및 금융 시장을 상대로 사전 영업을 벌이는 등 치열한 물밑작업을 펼치고 있다.
◇내년 보안업계 최대 수요=공공 및 금융 시장의 방화벽 수요는 기가비트 지원 제품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공 및 금융 시장에서 지난 99년과 2000년에 대거 도입한 메가비트 지원 방화벽으로는 이미 기가비트 환경으로 변한 네트워크 성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메가비트 지원 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데이터 처리가 방화벽에서 지체되는 병목현상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기가비트 방화벽으로의 교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안업계에서는 공공 시장에서만 최소 200억원 이상의 수요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직이 방대한 행정자치부에서만 200대 정도의 방화벽이 사용되고 있는 등 현재 48개 정부부처에 있는 방화벽으로 교체 수요를 추산하면 적어도 1000대 이상의 기가비트 방화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미 기가비트 방화벽을 도입한 외환은행을 시작으로 상당수 금융기관이 내년 상반기 중 방화벽 교체를 준비하고 있어 100억원 가량의 추가 수요가 나올 전망이다.
◇준비는 끝났다=국내 주요 보안업체는 3년 만에 찾아온 대목(?)을 앞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공공 및 금융 시장의 메가비트 방화벽 수요를 양분한 시큐어소프트와 어울림정보기슬은 과거의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주도권을 잡는다는 각오다. 두 회사 모두 기가비트 방화벽의 정부인증 평가를 받고 있다. 시큐어소프트의 경우 이르면 연내에 인증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사장은 “이번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과거의 영화를 되찾겠다”며 “상대적인 약점이던 고객 서비스 역량을 강화했기 때문에 공공 및 금융 시장의 기존 고객 관리만 잘 하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큐아이닷컴과 퓨쳐시스템은 도전자 입장이지만 단번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방화벽 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하는 차원이 아니라 두 회사 모두 기가비트 방화벽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 업체의 기가비트 방화벽도 정부 인증 평가가 진행중이며 내년 1분기에는 인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최해철 퓨쳐시스템 상무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보상판매나 임대 등 다양한 판매 방식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경쟁은 후발 주자가 더 강력한 모습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혈경쟁 여부가 관건=상당수 공공기관은 이미 관련 예산을 잡았으며 예산이 없는 공공기관도 정통부가 추진하는 ‘정보보호수준제고사업’을 통해 기가비트 방화벽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도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기가비트 방화벽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공공 및 금융 시장은 정부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외국 업체가 들어오기 어렵다. 결국 이번 토종 업체끼리의 경쟁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보안업계의 순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출혈경쟁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이다. 지난 99년 대당 1000만원을 호가하던 메가비트 방화벽이 업체간 출혈경쟁을 통해 2000년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시큐아이닷컴과 퓨쳐시스템, 시큐어소프트, 어울림정보기술은 모두 공정경쟁과 가격유지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이 업체들은 유통 과정에서 나타나는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직판을 강화하고 유통망을 정비하는 등 사전정지작업에 나서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