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선거법 개정안 처리로 진통을 겪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선거구다. 여당은 중대선거구제를 고집하고 있다. 비례대표를 늘리고 지역구를 줄이는 것이 골자다. 정당의 고질적인 지역성을 극복하자는 게 명분이다. 그러나 야당은 반대로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리는 안을 기습 상정했다. 여당이 점거농성까지 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선거구와 관련해서는 게리맨더링이 유명하다. 미국 국회가 정당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거구를 획정한 것을 뜻한다. 선거구의 전체 모양새가 괴물같이 보인 데서 유래했다.
이기주의의 극치인 게리맨더링은 비단 선거구 문제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사회 각 분야마다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이 한 예다.
차세대 성장동력에 관한 한 과기·산자·정통 3개부처의 이기주의는 극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부처 공무원들끼리도 이젠 원수지간이 될 정도다.
왜일까. 차세대 성장동력이 부처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 첫번째 이유다. 이를 뒤집어보면 이것말고는 그만큼 부처가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제외하곤 부처가 힘을 쏟을 곳이 마땅찮은 듯하다. 두번째로는 가용자원이 차세대 성장동력에 지나치게 집중되기 때문일 것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을 하지 않으면 자원배분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위기의식이 경쟁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정부 조직개편에 앞서 부처의 생존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그것이다. 정부 조직개편은 참여정부 출범때부터 제기됐다. 이미 민간에서는 내년에 있을 정부조직개편땐 슬림화 내지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차세대 성장동력은 수개월이 지났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80개 과제를 부처별로 쪼개더니 이제는 산업별로 주관부처를 선정한다고 한다.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차세대 성장동력이 부처간 밥그릇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차세대 성장동력도 자칫 게리맨더링을 닮지 않을까 걱정된다.
<디지털 산업부 유성호 부장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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