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퀄컴 의존` 벗어나나

TI, CDMA2000칩세트 파격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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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휴대폰 베이스밴드칩 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퀄컴보다 10∼2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CDMA2000 칩세트를 국내업체에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그간 퀄컴 칩세트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국내 휴대폰업계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TI는 유럽형(GSM)에서 북미식(CDMA) 이동전화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LG전자·팬택&큐리텔·텔슨전자 등 국내 주요 휴대폰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독자 개발한 cdma2000 1x·EVDV 등 CDMA2000 칩세트의 구매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TI는 CDMA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퀄컴을 넘어서기 위해 세계 최대 CDMA 휴대폰 제조국인 한국 업체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TI는 특히 퀄컴에 비해 로열티 등 저렴한 가격조건을 제시하는 한편 자사 칩세트 탑재 업체가 GSM 시장 진출을 원할 경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유인책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TI로부터 구매 제안을 받은 A사 사장은 “TI의 칩세트가 퀄컴보다 10∼20% 가량 저렴하다고 보면 된다”며 “퀄컴과의 로열티 협상에서 과거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연구개발(R&D)업체인 B사 사장 역시 “TI의 등장으로 CDMA에서도 복수 칩세트 벤더 시대가 열리면서 퀄컴 일변도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퀄컴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퀄컴의 칩세트는 기능면에서 TI 제품과는 비교가 안된다”며 “한국휴대폰 업체들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해주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가격 인하 여력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국내 휴대폰업계는 가격 경쟁력이 관건인 중·저가 시장에 수출하는 제품에 TI제품을 탑재할 경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휴대폰업계는 아직까지 TI의 ‘러브콜’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CDMA 칩세트의 절대 물량을 퀄컴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TI측이 퀄컴을 능가하는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선택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C사 사장은 “TI가 CDMA에서 퀄컴을 능가하는 확실한 로드맵을 제시하기 전에는 높은 로열티에도 불구하고 퀄컴과의 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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