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1)디스플레이 원천기술 개발 전략

 ‘국민소득 2만달러대의 선진국 진입’이란 국가적 염원을 담은 차세대 성장 동력 프로젝트 가동을 앞두고 향후 10대 미래 성장동력 관련 핵심 원천 기술개발을 지원할 ‘차세대 성장동력 포럼’(회장 오명 아주대 총장)이 지난 20일 오후 ‘제1회 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전자신문 후원 아래 이날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첫번째 좌담회에선 10대 성장동력중 가장 먼저 ‘차세대 디스플레이 원천기술 개발 전략’(주제발표: 박희동 차세대정보디스플레이사업단장)이란 주제로 산·학·연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이 참석,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용석 홍익대 교수가 사회를 맡고 권오경 한양대 교수, 도이미 ETRI선임연구원, 정규하 삼성전자 상무, 정호균 삼성SDI 전무, 주병권 KIST책임연구원, 황기웅 서울대 교수 등 6명이 패널토론에 참석한 이날 좌담회 요지를 정리한다.

 ◇원천기술없이 세계 1등 없다=디스플레이는 10대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정됐지만, 이미 이분야는 세계 정상으로서 새로운 엔진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브라운관(CRT)은 물론 LCD, PDP, OLED 등 차세대 평판디스플레이(FPD) 모두 세계 정상권이다. TFT LCD에 이어 PDP도 내년 하반기엔 생산능력기준으로 국내업체들이 세계 1, 2위를 차지하며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고무적인 것은 일본을 추월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 반도체(메모리)는 일본을 따라잡는데 10년이 걸렸지만, LCD는 6∼7년, PDP는 2년밖에 안걸릴 전망이다. 기술격차도 놀라울 정도로 좁아졌다. 생산기술 면에서는 일본을 앞지르고 있며 다른나라들이 국내업체들을 벤치마킹할 정도다.

 그렇지만, 질적인 면에서 아직 세계 정상과 거리가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거의 모든 분야가 공통적으로 핵심 원천기술은 ‘외제’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황기웅 교수는 “시장이 커질수록 일본의 특허공세 우려가 높다.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않고는 세계 최강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TFT LCD 역시 마찬가지다. 생산기술은 세계 최고지만, 지속적인 국제경쟁력을 갖는데 필수적인 원천기술은 일본에 뒤져있다. 특히 일본기술을 수입한 대만이 빠르게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 AMLCD사업부 정규하 상무는 “LCD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했다지만 원천기술과 지적자산은 여전히 취약하다”면서 “성능·특성·원가를 차별화하기 위해선 원천 기술 개발이 지속적이고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디스플레이는 일류, 후방산업은 이류’.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에 이은 또하나의 신화로 평가받고 있지만, 관련 인프라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소재 및 장비의 국산화가 상당히 진척된 반도체와 달리 디스플레이쪽은 걸음마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후방산업의 기술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진정한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가는 최대 변수다. 특히 반도체와 달리 디스플레이는 재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삼성SDI 중앙연구소 정호균 전무는 “OLED의 경우 재료비 비중이 가장 높은 유기재료와 LCD용 핵심 소재인 액정이 모두 전량 수입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차세대 성장 동력 육성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재 및 장비 국산화가 미진함에 따라 세계 최강의 디스플레이 강국임에도 정작 ‘열매’는 일본이 다 따먹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소재나 장비산업은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자금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속성을 갖고 있다. 특히 국내 화학 및 재료 전공자는 많지만 국내시장이 협소해 선뜻 기술개발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업체 육성, 산업 형성 등 정부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 정규하 상무는 “소재산업은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자금은 많이 필요하지만, 리턴(수확)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특성이 있어 정책적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만의 경우 정부가 5억달러를 투입, 산·학·연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R&D테스트베드를 설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미래 기술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ETRI 도이미 연구원은 “전자종이(e페이퍼), 3D 등 개발 초기 단계인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갈수록 소재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조언했다.

 핵심 기술 개발에 필요한 우수인력 확보도 소재·장비 기술 개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기술개발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 서울대 황기웅 교수는 “성장동력 프로젝트가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우수 인력 양성에 달려있다”며 “대학원에 디스플레이 관련 전공을 보다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희대 한곳만이 학부에 2004학년도부터 디스플레이과를 개설한 실정이다.

 ◇미래 기술에 눈 돌려라=LCD, PDP, OLED 등 삼두마차가 주도하는 FPD산업은 이미 미래 성장동력으로 검증된 상태다. 실제 올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620억달러에 달한다. 이중 기존 CRT의 비중은 200억달러로 30%선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디스플레이는 FPD를 중심으로 고성장을 거듭, 2007년엔 약 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모두 노트북, 모니터, TV 등 응용 분야가 비슷한 것이 문제다. 따라서 디스플레이를 5∼10년후에도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선 새로운 개념의 미래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 개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양대 권오경 교수는 “새로운 시장, 새로운 기술개발에 프론티어 정신으로 대응해야 오랫동안 디스플레이산업이 성장동력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LCD 등 디스플레이는 우리가 1등이기 때문에 앞으로 세계적으로 기술을 리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병권 KIST책임연구원은 “일본은 현재 전자종이와 FED같은 미래 디스플레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FED의 경우 우리가 산·학·연 등에 풍부한 원천기술과 특허를 보유, 장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이미 상용화나 고성장 단계에 접어든 기술도 중요하지만, 먼 미래를 보고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 주제발표 - 차세대 디스플레이 동향 및 기술개발 전략 - 박희동 정보디스플레이사업단장

 21세기 들어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리면서 디스플레이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PDP, LCD 등 FPD가 각광받고 있으며, 모바일시장은 전자종이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주목받고 있다. 시장규모도 연평균 20% 이상 확대돼 2005년엔 500억달러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2007년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고성장 속에 FPD 포맷간의 헤게모니 다툼도 갈수록 치열하다. 노트북 및 모니터존을 중심으로 한 LCD의 강세속에 PDP와 OLED가 추격전을 벌이는 양상. FED와 전자종이도 수 년내 기술개발을 마치고 시장진입을 시도할 것이다. 다만 각 포맷별 △응답속도(LCD) △소비전력·화질(PDP) △수명·균일성(OLED, FED) △컬러화(전자종이) 등의 난제해결이 변수다.

 어떤 포맷이 경쟁에서 이기든 우리는 원천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GDP대비 R&D투자율면에선 세계 7위이고 특허등록 건수 3위지만, 특허 이용률은 세계 3위, 대학교육수준은 47위권이다. 기술의 아웃풋은 많지만, 기술이 산업화돼 실제 수익을 내는 아웃컴은 크게 취약하다.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

 따라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치밀한 원천기술개발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기존 기술을 혁신할 이노베이션이 중요하다. 고정관념은 과감이 벗어버리고, 기발하고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산·학·연 협력체제 구축을 통한 디스플레이 이노베이션시스템 구축과 창의적 우수 인력 양성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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