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SW진흥법의 `옥에 티`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2004년 정부·공공 부문 SW 수요예측에 따르면 내년 공공부문 정보화 총예산은 올해 1조3580억원보다 37.9% 증가한 1조87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가운데 정보시스템 구축 및 SW 개발 예산은 9719억원, HW 예산은 5148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전체 예산 규모별 사업수를 살펴보면 예산규모 3억원 미만의 사업이 592건으로 전체 사업수의 66%를 차지하고 있으나 예산 금액상으로는 5.2%에 불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100억원 이상의 대형 사업은 예산규모가 미확정인 대형 사업을 합쳤을 경우, 28건에 그쳐 전체 사업 건수의 4.1%에 불과하나 예산 금액상으로는 59%를 차지한다.

 이렇듯 최근 몇년간 전자정부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가 대형화돼 대형 SI업체들의 독식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실정이다. 특히 몇백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에서는 대형 업체들끼리의 컨소시엄 형태의 수주가 일반화되면서 중소 SW사업체의 입지는 더욱 더 줄어 들고 있다.

 따라서 이번 SW산업진흥법 시행령 시행은 시기적으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공존하자는 취지에서 양자 모두가 기본적으로 동감한다. 다만 시행령 개정안중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몇가지 공감을 이루지 못한 부분이 있다.

 첫째, 이번 시행령이 대기업의 일정금액 이하 공공SI사업 참여를 제한시킴으로써 헌법상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일부 대기업의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미 유사 산업인 건설분야에서조차 건설산업기본법이 이미 제정돼 대형 건설업체의 일정금액 이하의 수급제한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둘째, 수요자인 각급 공공기관의 특수한 요구사항과 의견을 배제하게 될 우려다. 주위에는 아직도 대기업만이 사업수행이 완벽하고 우수한 품질이 보장된다는 선입관을 많이 갖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대형 공공SI사업 현실을 보면 대형 SI업체들이 주사업자로 사업을 수주하고 이를 하청, 재하청하는 식으로 이어져 결국은 중소기업이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발주측 입장에서는 좀더 신뢰도가 있고 검증된 기업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몇억원 규모의 사업까지 반드시 대형 SI업체들이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이번 시행령 개정안으로 인한 대기업의 매출축소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다. 정보통신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매출액 8000억원 이상의 대형 사업자들의 매출 비중을 보면 10억원 이상의 수주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1.3%에 이른다. 따라서 본 시행령이 고시안대로 시행돼도 대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발생하는 잉여인력이나 자원을 해외 사업이나 대형 국책사업에 투입함으로써 구조조정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고시안에서 매출규모를 기준으로 5개 그룹을 정한 것에 대한 대기업의 반발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형 SI사업자와 중견기업간의 불균형 현상은 날이 갈수록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상위 3개 대형 SI사의 매출은 1조원을 훌쩍 넘는 데 비해 허리 역할을 해야할 대부분의 중견SI 및 솔루션업체들의 매출은 300억원에서 1000억원 사이로 심각한 불균형 현상을 보인다. 이번 시행령의 고시안에서 SW기업군을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5개 그룹으로 정한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SW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그동안 과포화돼 제로섬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SI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필요한 경쟁과 낭비요소를 제거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적정한 전문 SI사업영역을 파악, 역량을 집중하므로써 전반적인 SW산업을 육성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상현 KCC정보통신 사장 shlee@kc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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