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국내 중대형컴 시장 `뒷걸음질`

경기침체·업체간 가격경쟁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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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중대형 컴퓨팅 시장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어 사상 최악이었던 지난 2001년 수준으로 내려 앉음에 따라 이 시장이 본격적인 정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올해의 시장 감소가 경기 악화로 인한 IT 투자 위축이라는 이유 외에도 업체간 경쟁에 따른 제품 가격 인하 등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존 메인프레임이나 유닉스보다 가격 경쟁력이 앞서 있는 아이테니엄 및 윈도·리눅스와 같은 범용칩 기반의 새로운 서버 플랫폼이 확산되고 있어 향후 이같은 추세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더욱이 실제 수요처에서 지난 1999∼2000년 사이에 집행된 IT 투자가 과도했다는 반성이 일고 있으며 TCO(총소유비용) 절감과 ROI(투자회수율)를 높이는 전략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도 국내 하드웨어 시장이 정체 국면에 머물게 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2001년에도 못미치는 서버 시장=한국IDC가 예상하는 올 국내 전체 서버 시장 규모는 1조2천억원 수준. 이는 1조2700억원에 달했던 지난해 시장보다 줄어든 것은 물론이며, 2001년 1조2200억여원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서버 시장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유닉스의 경우 9360억원으로 예상, 지난해에 비해 1.8% 정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IA(인텔 아키텍처)서버의 경우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IA서버는 판매 대수 기준으로는 2001년 5만9500여대에서 2002년 5만9900여대로 늘어난 후 올해 6만1천여대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금액 기준으로 보면 2001년 4900억원대에서 2002년 4400억여원대로 떨어진 후 올해 4천억원 수준으로 또다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통 시장에 머물고 있는 재고량을 감안하면 실제 판매된 시스템은 3천억원대 수준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스토리지 시장은 한국IDC에서 시장 조사를 하지 않을 정도로 시장이 혼탁하다. 일부에서는 스토리지 판매량의 급증을 고려해 국내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이 8천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란 추정치도 내놓지만 1테라바이트 디스크가 2억원에 달하던 시절에 비해 현재 가격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라 5천억∼6천억원대에 그칠 것이란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IDC에서는 가격 경쟁, SAN 및 NAS와 같은 네트워크 스토리지 인프라 확산, ATA와 같은 저가형 스토리지 시장 성장 등을 근거로 올 스토리지 시장은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 싸움 더욱 치열할 듯=서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유닉스 진영에서는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을 통한 유닉스 시장 확대를 중요한 돌파구로 찾고 있다.

 한국HP 전인호 이사는 “대부분 서버 업체들이 차세대 유닉스 칩을 내놓거나 내년 중 출시할 예정이여서 메인프레임 기반의 시스템을 갖고 있는 고객들이 유닉스 시스템에 눈을 돌릴 기술적인 조건이 충분하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최근 한국IBM이 메인프레임을 고수하려던 전략에서 벗어나 자사 유닉스로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적극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메인프레임은 유닉스로, 유닉스는 좀더 가격이 저렴한 IA 서버로 교체되는 다운사이징 랠리가 금액 기준의 전체 시장 파이를 점점 작게 만들 것이란 지적이다.

 다국적 서버 업체의 한 관계자는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서버 공급 업체들간의 경쟁이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IT 경기가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 이상 국내 서버 시장 규모는 점점 작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