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풀 죽은 `기업의 기` 살리자

 국내 경기가 좀처럼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대선불법자금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고 경기침체와 노사갈등 등 여러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소비는 얼어붙고 투자는 위축되고 있다. 경제주체인 기업인의 심리적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이같은 현상이 더욱 뚜렷해져 경제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희범 신임 산업자원부 장관이 취임 기자감담회에서 “기업의 기를 살려 투자를 활성화하겠다고”고 밝힌 것은 그간 수차 기업의 기를 살려 줄 것을 요구한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시의적절하고 기대해 봄직한 일이다. 이 장관은 “산업 주체인 기업의 애로를 풀어주고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투자활성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으뜸의 가치관”이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에서 규제를 상당 부분 완화했다고 하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규제는 여전히 많은 것 같다”며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 만들기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우리는 이 장관의 발언이 불황에 시달리는 기업의 의욕을 고취시켜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복합적이지만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재나 지나친 기업활동 규제가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정부가 나름대로 기업에 대한 규제를 과거에 비해 대폭 완화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관청의 문턱은 높고 규제도 풀리지 않은 게 많아 기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제조업은 영원하며 모든 산업의 뿌리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지난 70년대 이후 제조업 공동화를 경험했으나 이런 이유로 IT산업 및 제조업 관련 서비스산업 육성과 R&D 투자 확대를 적극 추진해 지금은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요즘 기업환경이 열악함을 내세워 기업들이 규모에 관계없이 외국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다간 국내 제조업이 공동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중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을 추진 또는 검토중인 곳이 전체의 64.7%에 달한다고 하니 걱정스러운 일이다.

 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 국가 경쟁력도 회복될 수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장단도 최근 기업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업의 사기를 올려달라고 입을 모은 바 있다. 그간의 기업관행이나 제도에서 잘못돤 것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기업경영 활동에 관한 규제는 최소화해 기업이 의욕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분적이고 임기응변식의 규제는 기업활동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신성장 동력 발굴과 육성. 노사 협력 등 경제시스템 전반을 검토해 기업의 기를 살리고 투자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규제중에서 풀 것은 서둘러 완화해야 한다. 우리가 이 장관에 거는 기대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들도 그간의 반기업 정서를 교훈으로 삼아 투명성과 정도경영 및 기업가치 창조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기업이 의욕을 갖고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 등에 주력할 수 있도록 기업의 기를 살리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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