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대선 비자금 사건이 불거졌던 얼마전 SK텔레콤 내부에선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후문이다. 최태원·손길승 회장의 사법처리 등 가뜩이나 대외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그나마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지 않아 주변의 의혹어린 시선을 비껴갈 수 있었던 덕분이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이 비자금 조성 과정을 피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사외이사 비중이 50%에 달하는 SK텔레콤의 철저한 경영감시 구조를 꼽고 있다. “몇년전 그룹 지배구조를 문제삼았던 시민단체들의 압력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사외이사 비중을 늘렸으나, 지금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기업의 안전장치가 된 셈이다.” SK텔레콤 한 임원의 고백이다.
이동전화 업계에서 이제 경영·지배구조의 투명성은 타 산업에선 찾아보기 힘들만큼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자리잡았다. 경영투명성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사외이사 비중이 SK텔레콤·KTF·LG텔레콤 모두 50% 이상이다. 특히 KTF의 경우 사외이사가 오히려 과반수를 차지했으며,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도 사외이사 위주로 구성됐다.남중수 사장은 취임 이후 경영·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덕분에 KTF는 올들어 ‘공정거래의 날’ 시상식에서 대통령상을,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원장 정광선)로부터 ‘지배구조 최우수기업상’을 각각 수상하는 등 경영 투명성과 지배구조에 대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대대적인 기업혁신 전략을 발표하면서 내부 경영·지배구조의 투명성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도덕적인 기업화를 선언했다. 돈을 버는 일이 지상과제인 기업 입장으로선 도덕이란 말조차 어울리지 않지만, 내부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함만으로 안주하지 않고 보다 널리 내다보는 큰 기업이 되겠다는 뜻이다.
당시 다양한 윤리프로그램을 기획한 SK텔레콤 내부 관계자는 “지금껏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기업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최고경영층의 의지”라며 “스스로 경영구조가 투명하다고 자족할 게 아니라 이를 사회나 국가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돌려주겠다는 취지”라고 말한 바 있다.
BT가 최대주주였던 덕분에 LG텔레콤도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역시 올해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뽑히는가 하면 최고재무관리자(CFO)협회가 주관하는 ‘CFO상’도 수상했다. 경영·지배구조를 유달리 강조해 온 이동전화 업계의 오랜 관습덕분에 ‘투명성’은 적어도 이동전화 시장에서는 남의 동네 일인 셈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올해 기업지배구조우수상 시상식. 앞줄 맨 왼쪽이 LG텔레콤 남용 사장, 맨 오른쪽이 KTF 남중수 사장.
이동전화 3사의 사외이사수 (단위:명)
회사 총이사수 사외이사수 상장사평균(2002년3월 기준)
SK텔레콤 12 6 2.16
KTF 9 5
LG텔레콤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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