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위기 LG, 통신사업 `전열 정비`

데이콤 지주사로 통신그룹화 추진

 LG가 그룹 통신사업의 전열 재정비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그룹 최대의 위기를 맞게 했던 LG카드 문제가 이달말 해외매각 대상자 선정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LG는 그간 미뤄온 통신사업 재조정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구씨 소유의 현 LG그룹으로선 건설·유통 등 이른바 ‘캐시카우형’ 사업부문을 향후 허씨 계열에 넘겨줄 경우 전자·화학 등 전통산업을 강화하면서도 통신을 이에 버금가는 주력으로 키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룹의 무게중심이 통신사업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연말부터 데이콤·파워콤·LG텔레콤 등 3개 통신 자회사의 구조조정과 사업·조직개편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힘 실리는 통신사업=LG카드 사태와 대선자금 사건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던 LG그룹은 외부 여건이 호전될 연말께부터는 향후 그룹의 먹거리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동안 주력 계열사였던 LG전자가 최근 들어 통신분야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구씨·허씨 계열 분리과정에서 알짜배기 자회사를 떼내게 되면 LG그룹 입장에서는 통신사업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조만간 데이콤을 지주회사로 한 통신그룹화 전략을 서두르면서, 그룹 차원의 힘을 통신사업에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통신사업 주력화를 누차 밝혀왔던 구본무 회장도 최근 “앞으로 통신사업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재확인했다. LG그룹은 정홍식 총괄사장을 중심으로 나름의 복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폭 개편=당장 예상되는 수순은 데이콤·파워콤·LG텔레콤 등 3개 통신자회사의 대폭적인 개편이다. 이와 관련, 그룹 안팎에서는 통신사업의 축이었던 데이콤 고위급 인사향배가 당장 관심을 끌고 있다.

 그룹 주변에서는 지난 6월 영입된 정홍식 통신사업 총괄사장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가 데이콤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LG그룹 통신사업은 박 사장이 데이콤을 통해 새판을 짜야 한다는 이유다.

 데이콤은 3개 통신 자회사의 지주회사로 발전하면서 사실상 통신소그룹화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현재 데이콤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지적되는 대외정책 협력부문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게에서는 벌써부터 데이콤이 대외협력부문 책임자로 전직 정통부 고위관료를 영입할 것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

 하지만 번호이동성 시차제 도입이라는 최대 격전을 앞두고 있는 LG텔레콤은 현 남용 사장을 비롯한 핵심 요직이 대부분 유지되면서 소폭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전개방향=하나로통신을 놓친 LG그룹으로서는 무엇보다 유선사업(데이콤·파워콤)의 성장동력 확보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데이콤·파워콤이 활로를 모색할 방향은 네트워크 기반인 케이블(HFC)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길밖에 없다. 지난 10월 그룹 차원의 통신사업 전략을 선언하면서 방송·통신융합에 무게를 싣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LG그룹 고위관계자는 “디지털미디어센터(DMC)나 HFC 기반의 초고속인터넷, 각종 결합서비스 등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 과정에서 두루넷 인수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LG텔레콤의 경우, 내년 번호이동성 시차제 1년간을 자력성장의 마지막 기회로 삼아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LG텔레콤으로선 만일 1년간의 노력에도 가입자 확대 등 눈에 띄는 실적향상이 나오지 않을 경우 그동안 간간이 떠돌던 매각설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어 배수의 진을 친 채 공격 경영에 나설 전망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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