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산업별 결산](1)디지털경제-급부상 e금융 `카드한파`

 올해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는 유난히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통신·금융·공공·기업 등 주요 부문의 국내 IT관련 투자가 움츠러든데다 사스 등 세계 경기의 부침요인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부문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일부 부문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며 ‘메이드인코리아’의 위상을 높였다. TV 등 가전 부문도 어느 정도 성과를 일궈냈다. 특히 게임산업의 부상은 어려워진 국내 산업의 ‘희망’을 보여줬다. 올해 IT산업 각 부문별 결산을 통해 내년 IT시장의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e비즈니스 부문=e비즈니스 업계는 희망과 아쉬움이 교차했던 한 해로 정리된다. 희망으로는 일부 e마켓플레이스업체들이 성공모델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기업소모성자재(MRO)를 포함 석유·의료 등 일부 업종별 e마켓업체들이 극심한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흑자시대를 활짝 열었다.

 e마켓들이 서비스 강화 및 수익성 확대의 일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종별 포털사이트로의 변신 그리고 사설 e마켓 구축서비스를 통한 업종별 e마켓 허브로의 변화 시도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아쉬움도 많은 한해였다. 일부 영세 e마켓업체들은 펀딩 실패에 따른 자금난 심화 등으로 문을 닫거나 또는 업종 전환을 선언했다. 또 B2B 활성화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전망돼 업계에서 강력히 기대했던 산자부의 ‘전자상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 감면방안’이 재정경제부의 반대로 도입에 실패한 것도 업계에 큰 실망감을 안겼다.

 e비즈니즈의 핵심분야로 부상한 e금융계는 은행권의 구조조정과 함께 무분별한 카드 남발에 따른 카드사들의 경영난 등이 겹치면서 전례없는 극심한 굴곡의 한해를 보냈다. 금융계의 전반적인 위기감을 바탕으로 금융계의 맏형격인 은행들의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올 상반기에 조흥은행 매각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노조의 강력한 저항에 따른 전산센터 운영마비 사태는 e금융계를 발칵 뒤집는 대형 사고였다. 협상을 통해 최악의 사태까지는 번지지 않았으나 이로 인해 금융IT의 중요성이 크게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금융당국이 자기띠 방식의 금융카드를 보안성이 뛰어난 IC카드(스마트카드)로 전면 교체를 결정한 ‘금융IC카드 전환’도 새로운 금융환경의 탄생을 예고했다는 점으로 큰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와 함께 SK텔레콤·KTF·LG텔레콤·KT 등 통신업체들이 은행 등과 손을 잡고 휴대폰과 은행계좌를 통합하거나 스마트카드 등을 발행한 ‘통신과 금융의 결합’도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벤처 부문=올 한해 벤처업계는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자금·인력·영업 분야의 ‘3중고’를 겪으며 수익성 중심의 고강도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왔다. 벤처투자 시장의 경색과 코스닥 침체, 이에 따른 차입경영 증가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와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의 휴·폐업도 속출했다. 특히 그동안 발행된 벤처 프라이머리CBO가 내년 상반기에 만기도래를 앞두고 있어 자금난의 불씨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IT 분야 벤처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 및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국내 경제에 희망을 던져줬으며 그동안 수익모델 부재론에 시달렸던 다음·NHN·웹젠 등 닷컴기업이 부활해 성공벤처의 또다른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기가 됐다.

 상반기 내내 동면에 들어갔던 벤처캐피털 업계도 구조조정·감액손실처리 등으로 몸집을 가볍게 하고 투자기업에 대한 기업공개(IPO)와 함께 인수합병(M&A) 펀드, 유동화 펀드 등을 통한 투자회수(exit) 방식의 다양화를 꾀했다. 또 하반기 들어 연기금의 유입, 정부의 적극적인 M&A 지원정책 등에 힙입어 투자조합 결성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한편 기업들은 수출기업이냐 내수기업냐에 따라 명암이 확연히 구별됐다. 이는 내수시장이 극도의 침체를 보인 반면 해외시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꾸준한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반도체 등 IT부문의 회복세가 두드러져 IT수출업체들은 상당한 실적호전을 달성했다. 올해는 수출기업들은 해외시장 비중을 더욱 높이는 양상이었으며, 내수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한 거듭나기를 위해 안간힘을 쓴 한해였다.

 ◇유통 부문=‘이 보다 더 우울할 수 없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 위축이라는 ‘유탄’을 맞은 유통업계는 올해 사상 유례없는 매출 부진으로 고전한 한 해였다.

 그나마 오프라인에서는 할인점, 온라인에서는 인터넷쇼핑몰이 유통업계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할인점과 인터넷쇼핑몰은 약진했으나 백화점·TV홈쇼핑·재래시장 등 그동안 소비 시장을 주도했던 전통 유통 채널이 부진을 면치 못한 현상은 올해의 대표적인 변화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 초부터 시작된 매출 부진으로 백화점은 지난 해에 비해 20∼30% 매출이 곤두박칠 치면서 ‘유통의 황태자’라는 지위를 결국 할인점에 넘겨줬다.

 올초 엇비슷하게 출발한 시장 규모도 결국 할인점에 쫓겨 2위로 밀려 났다. 지난 96년 이후 승승장구하던 TV홈쇼핑도 올해를 정점으로 매출이 곤두박질한 한 해였다. 반면 인터넷 쇼핑몰은 경기 불황이 무색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거래 매출 면에서 전년에 비해 70∼80% 정도 성장하면서 기존 유통 채널의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했다. 하지만 여전히 할인점은 점포당 매출이 소폭 성장에 그치고 ‘흑자 원년’을 자신한 인터넷쇼핑몰은 대부분 이를 달성하지 못해 다소 불안한 상황에서 2004년을 맞게 됐다.

<디지털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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