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상위 메뉴 랭크 위해 조작 빈번
모바일 콘텐츠업체(CP)들이 스스로 자사의 특정 콘텐츠를 다운해 히트수를 조작하는 이른바 ‘히트수 부풀리기’가 횡행하면서 가뜩이나 불황에 시달리는 모바일 콘텐츠업계의 시름이 늘고 있다.
15일 게임, 벨소리, 캐릭터 등 인기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모바일 CP들에 따르면 자사 직원과 자체 비용을 써가며 다운로드수와 매출을 조작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업체들이 이러한 기형적인 매출 발생을 사실상 묵인해줘 공정경쟁 풍토를 해치고 CP들간 제살깎기 경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한 벨소리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히트수 수풀리기가 사실상 이동통신업체의 매출을 올려주기 때문에 암암리에 묵인되고 있다”며 “이동통신업체의 마케팅폰으로 등록된 번호에서 대규모 매출이 발생, 부풀리기가 의심되더라도 ‘프로모션’ 차원으로 인정해 준다”고 밝혔다.
CP업체들이 이처럼 기형적인 다운로드수 확대에 열을 올리는 것은 자체 비용을 쓰는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히트수를 올려놓으면 ‘베스트 게임’ ‘인기 캐릭터’ 등 이동통신업체가 구성하는 메뉴 상위에 자사 콘텐츠를 올려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모바일게임업체의 CEO는 “메뉴 위치에 따라 매출이 10배까지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며 “업체들이 상위 메뉴에 랭크되기 위해 갖은 방법과 묘안을 짜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콘텐츠 라이프 사이클이 짧고, 가격이 싼 벨소리나 모바일 캐릭터의 경우가 더욱 심각하다. 개별 업체에 따라 상황이 다를수 있지만 전체 매출의 60∼70%가 부풀리기 매출인 업체가 상당수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다운로드 비용이 1500∼2000원으로 다소 비싸 벨소리나 모바일 캐릭터에 비해서는 적게 일어난다고 하지만 통상 매출의 10∼20% 정도는 업체 스스로 발생시키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실제로 모바일게임업체 M, E사 등은 자사 직원을 동원, 자사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다운해 인기순위를 조작한 사례가 공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네트워크 모바일 게임이 많아지면서 서버를 건드려 매출을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
한 CP 관계자는 “일정한 매출을 내지 못하면 좋은 메뉴에 위치하지 못하고 이는 다시 매출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사업권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며 “이통사에서 기형적인 매출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함께 CP 업계의 자정 노력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을 경우 CP업체들은 공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