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소프트기업인 한글과컴퓨터가 지난 1년간의 기업 성적을 9일 공개했다.
예상치이긴 하지만 재무제표 상으로만 볼 때 한글과컴퓨터는 최근 2∼3년간 경기불황과 경영분쟁 등 대내외적인 악재를 맞아 고전했던 어려움을 딛고 회생의 길로 들어선 것 같다.
매출은 예년 수준에서 다소 떨어졌지만 대신 기업의 체질을 나타내는 경상이익, 영업이익이 놀랄만한 수준으로 호전됐다. 회사 부채를 모두 정리하고 사옥과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면서 경상수지를 개선한 이외에도 신제품 출시로 영업 이익을 지난해 대비 9배 가량 늘린 것 등은 한컴이 한해 동안 분투한 활동의 결과다. 또 현금 유보액이나 신규 투자 계획 등 한컴이 이날 밝힌 경영상태는 일단 안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글과컴퓨터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계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날 한컴의 실적 발표는 투자자와 고객들에게 우리 소프트웨어 업계의 현주소와 미래를 가늠하는 지표로 반영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한컴은 이날 실적발표와 함께 2006년까지 중장기 계획을 공개하며 3년 안에 870억원 규모 소프트웨어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 투자자들의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컴이 우리 소프트웨어 업계가 안고 있는 어려움과 투자자들의 걱정을 불식시키고 우뚝서기까지는 아직 할 일이 많다. 우선 경영권 싸움에 휘둘려왔던 한컴이 더이상 ‘주인없는 배’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확신시키고 회사를 육성할 진정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한편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투기성 주식매매에 오르내리는 주가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특히 세계 일류 소프트웨어 개발로 한국을 대표할 만한 소프트웨어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이야 말로 소프트웨어 업계의 ‘맏형’이 해야할 일임을 한컴이 언제나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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