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간경찰서 관할구역에서 변사체가 발견되자, 특별수사본부가 들어선다. 경시청은 홍보효과를 노려 여성인 ‘오키다’를 본부장으로 임명하고 80명에 이르는 수사팀을 급파한다. 그러나 경찰들의 필사적인 조사를 비웃기나 하듯, 제2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실마리가 잡혀간다고 느끼는 순간, 수사요원이 용의자에게 납치를 당하는데….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2: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감독 모토히로 가쓰유키)’는 알려진 대로 수사물이라기보다는 현대사회의 직장문화를 코믹하게 다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경찰기구를 본점(경시청)과 지점(관할 완간경찰서)이라는 회사조직으로 바꿔 조직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을 그린 것이나, 경직된 조직문화를 냉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 모두 그렇다.
특별수사본부를 지휘하는 ‘오키다’는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자, 일본 관료의 전형이다. 엘리트의식에 사로잡혀 부하직원을 무시하고, 직원에게 임무를 맡기되 최종 지시는 본인이 내린다. ‘오키다’의 이런 스타일 때문에 다 잡은 범인을 놓치고, 수사요원이 범인에게 납치당하게 되기까지 한다.
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 조차 “범인들이 각자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수평조직으로 움직이는 반면, 수사본부는 철저한 관료주의에 토대를 둔 수직조직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에게 책임과 권리를 부여하는 수평조직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져 주는 것이다.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2’가 일본에서 개봉 8주만에 2000만 관객을 동원한 것도 일본인 누구나 느끼고 있는 연공서열형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담았기 때문일 게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액션과 로맨스 외에 ‘춤추는 대수사선2’에는 소소한 재미가 많다. 영화 속에서 숨겨진 의미를 갖고 있는 물품이나 사람을 찾아내는 것. 경찰서장이 뇌물을 받는 장면에서 옆에 포돌이 인형이 놓여있는 것을 비롯해 약 200개의 아이템이 나온다고 한다.
순간순간의 대화와 유머도 재미있다. 전형적이면서도 개성있는 캐릭터, 그리고 주인공 ‘아오시마 순사쿠(오다 유지 분)’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영화가 주는 재미다.
그러나 이런 매력이 한국에도 통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힘이 느껴지는 와일드한 형사물이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것을 감안할 때, 싱거운 맛의 ‘춤추는 대수사선2’가 흥행몰이에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색하고 유치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12일 개봉.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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