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에서 ‘표준’의 문제는 해당 산업의 주도권과 직결되는 것이 보통이다.
표준이 결정되는 경로는 대개 3가지다. 우선 기업이나 단체 등 이해 당자자간 일련의 협상을 통해 서로 다른 규격들을 통합하거나 명시화해서 일괄 공표하는 협약표준(de jure standard)이다. 이동통신 분야에서 시스템, 단말기, 서비스, 네트워크 등의 표준은 대체적으로 이 부류다.
두 번째는 널리 알려진 업계표준, 즉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이다. 마이크로소프트나 IBM과 같은 지배적 공급자나 수요자가 일방적으로 확정한 기술명세서가 산업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다. ‘IBM PC’, ‘윈도’, ‘인터넷익스플로러’, ‘베타’(VTR)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강제성과 냉혹성이 특징이다.
세 번째는 수많은 경쟁기술 가운데 시장의 선택에 의해 하나의 지배적 양식이 출현하는 경우다. ‘적자생존’형 표준이라고도 한다. 지적재산권이나 기업브랜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표준의 특징은 배타성에 있다.
경제이론에서는 이런 산업 표준 전쟁을 독과점기업들의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 behavior)라고 정의한다. 지대추구행위란 생산요소를 인위적 방법으로 제한해서 이익(지대)을 얻으려는 것을 말한다. 생산물의 공급 제한을 통한 초과이윤 추구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에서 지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나 로비는 극히 정상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10년 후 먹거리를 찾기 위한 차세대성장동력 추진과정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확실한 지대추구를 위한 표준 획득 문제에 귀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차세대성장동력 추진일정은 유관부처간 이견으로 잡음이 일면서 잠시 중단된 채 품목 재배분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재배분 책임을 맡은 재정경제부가 이 과정에서 어떻게 ‘표준’ 문제를 천착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현진 디지털경제부장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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