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국익과 실익을 찾자

 일본이 지난 1일 지상파 디지털TV(DTV) 본방송을 개시했다. 일본은 DTV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 방송사, 산업계가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성해 전력을 기울였다.

 일본뿐 아니라 지금 전세계는 DTV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민관이 서로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방송위원회가 지난달 말 DTV 방송국 허가신청시한을 7개월 연기하기로 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 왜 우리는 국익·실리보다 명분·논리싸움에 매달리고 있는가.

 DTV 전송방식 논쟁의 핵심사항은 선정배경과 이동수신문제다. 먼저 전송방식을 누가, 어떻게, 왜 선정했는가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2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경제 2분과와 사회문화분과가 공동으로 정통부, 언론노조, 방송기술인연합회, 산학연 전문가들을 비롯 선정 당시 방송 3사 대표, 97년 ‘지상파 디지털방송 추진협의회’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정책간담회에서 정리된 바 있다.

 간담회에서는 97년 DTV 전송방식 선정과정이 졸속으로 처리됐거나 정통부가 일방적으로 결정, 추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

 다음으로 이동수신문제다. 유럽방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식이 이동수신이 안되기 때문에 유럽식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식으로 DTV 방송을 하면 이동수신이 전혀 불가능하고 다른 대안은 없는가.

 현재 정통부는 지상파 DMB를 이용한 이동수신 체험행사를 하고 있으며 스카이라이프는 무궁화위성을 통해 이동중에도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유럽식으로 HD서비스와 이동수신이 동시에 가능한 국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동시에 두가지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요구된다.

 KBS중심의 양방식 비교테스트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1년 MBC노조는 필드 비교테스트를 실시했지만 아직 테스트 결과원본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MBC노조는 무엇보다 테스트 결과원본을 방송위에 제출해야 하며, 정통부와 방송위는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그 결과 현행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명백하고도 심대한 약점’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수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KBS중심의 필드테스트는 필요치 않게 된다.

 한편 계측장비, 측정 위치와 날씨 등에 따라 필드테스트 결과의 차이가 크다고 지적되는 만큼 이보다는 양방식을 이용하고 있는 국가를 방문, 조사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밖에 국내 기업들이 미국 방식 기술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특허를 가지고 있으나 유럽식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아직도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에 매년 수천억원이상의 특허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수조원에 이르는 DTV방식 변경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방송사나 제조업체, 전송방식 변경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물론 정부도 부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이를 떠안을 것인가.

 전환비용과 별개로 DTV방식 변경으로 인해 2∼3년 동안 DTV 방송이 지연된다면 우리는 선진국에 뒤처질 것이다. 지난 2월 인수위 DTV 정책간담회에서도 ‘지금 전송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이미 늦은 감이 있으며 국익차원에서도 도움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향후 세계 DTV방송 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한 각축을 벌여야 할 우리는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그쳐야한다.

 방송위와 정통부, 방송사, 산업계가 고루 참여하는 ‘DTV 방송산업 종합발전 위원회(가칭)’ 구성을 제안한다.

 이 위원회를 통해 DTV 전문 기술인력 교육훈련과 HDTV 콘텐츠 개발, DTV기술 개발계획 등을 수립, 추진토록 건의한다. 또한 분야별 발전계획과 DTV방송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 최수만 정보통신부 장관정책보좌관 smchoi5004@mi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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