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유동성문제로 불거진 금융권 위기의 불똥이 지불결제대행(PG)이나 신용카드조회(VAN) 등 전자결제업계에까지 튀고 있다. PG회사들의 경우 대형 신용카드회사들이 ‘안전지불’을 이유로 계열 VAN사를 통해 직접 결제 서비스에 나서면서 매출이 급락하고 있다. 관련 서비스가 전격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일부 대형 PG사를 제외하고는 업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해지고 있다.
한 PG업체의 실무책임자는 요즘 심정을 “9회말 투아웃이나 후반전 5분을 남기고 지고 있는 야구나 축구 감독의 애타는 가슴”이라고 털어놨다. 막판에 몰렸다는 뜻이다. 지난달부터 매출과 수익이 10% 이상 하락할 정도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VAN회사들이 느끼는 위기의식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단말기 저가 공급에 수수료 낮추기 등 과당경쟁으로 시장 질서가 파괴된 마당에 카드사들까지 유동성 문제로 대금지불을 몇개월씩 늦추는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 계열의 소수 VAN사들이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면서 대다수 전문 VAN사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전문 VAN사의 한 관계자는 “출혈경쟁중인 단말기 공급가격과 수수료 비율로는 생존자체가 어렵다”며 “일각에서는 내년 현금 영수증제 실시를 VAN업계의 호재로 판단하지만 그동안 카드사용분을 깎아먹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며 쓴 입맛을 다셨다.
이러다보니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탄에 신음하는 이들 전자결제업체 사이에서는 위기가 ‘소규모 금융대란’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이 현재 상황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변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PG회사들은 연계 사업으로 온라인 쇼핑몰, 솔루션 사업, 온라인 VAN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시너지를 위한 합종연횡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VAN회사들도 최근 공정경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이 약속대로 제대된 공정경쟁을 할지는 지켜볼 문제지만 대형 금융사들이 정부나 모기업의 지원만을 기대하면서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과 달리 위기 탈출을 위해 내·외부적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이들의 용기있는 변신을 기대해 본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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