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이레전자 정문식 사장(2)

사진; 지난 1990년 창업당시 공장사진. 당시 5살이었던 딸이 현재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성장했다. 오른쪽 위로 `이레전자`간판이 보인다.

 성경을 보다가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온 ‘예비되어 있는’의 뜻을 가진 이레라는 이름으로 이레전자라고 상호를 결정했다. 연립주택의 반지하에 있는 방 두칸짜리 공간이 내가 살아가는 살림집이자 고물상에서 헐값에 구입한 2대의 압착기를 설치한 공장이었다.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출발한 사업이었지만 예상처럼 순조롭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다. 집안에서 밤낮으로 기계를 돌리기 때문에 소음문제로 이웃의 항의가 들어오고, 청소해도 전선의 부스러기가 남아있어 아이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 퍼렇게 변한 아이의 살갗을 보며 아내와 함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ㅎ전자 시절에 알고 있던 여러 공장을 돌아 다니며 일감을 얻으며 기계도 능숙하게 다루게 되면서 사업은 외형적으로나마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나는 전선가공비를 많이 쳐주는 업체보다 적게 주는 업체와 우선 거래했다. 아내는 이런 내게 이따금 불만을 털어 놓았다. 하지만 내가 가공비를 적게 주는 기업과 거래한 이유는 적정가격 이상을 주는 업체 직원들에 대해 애사심도 없고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신뢰하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업인원을 늘리고 밤낮으로 일해도 돈은 벌리지 않고 오히려 부채만 늘어 운영자금의 변통도 계속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사람관계에서 얻은 귀동냥의 위력으로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거래처도 늘리고 일감도 얻어내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N전기가 다른하청 업체들이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는 독일에서 수입한 가는 전선의 작업을 맡긴 것이었다. 그런데 작업된 전선을 보니 모두 1mm씩 차이가 있어 모두 폐기키로 결정했다. 기껏 물량을 다 납품을 해도 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데 다시 만드려면 전선까지 구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컸지만 최대의 신용은 가장 좋은 품질이라고 생각했다.

 일은 생각보다 어려워 작업 능률도 떨어지고 불량도 많이 발생해 불량률을 낮추기 위한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나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극약처방을 내리기로 결심을 하였다.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불량품은 물론 양품까지 포함된 생산된 제품의 전부를 폐기하여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 후로 직원들이 의도를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작업에도 충실하여 불량률은 현격하게 떨어졌다.

 3개월동안 손실만 보면서도 불량품을 줄이고 납기에 충실한 결과 납품 물량도 6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를 바탕으로 30여평 규모로 옮기고 회사를 재정비하여 N전기에 들어가는 물량을 대량납품하게 되어 연 매출액이 10억원이 넘는 회사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david@er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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