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만이 살 길이다.’
위기에 빠진 용산전자단지의 부활을 모색할 수 있는 최대 화두는 ‘변화’다. 쇼핑환경이 급변하는 것에 비해 용산의 사업구조는 여전히 80∼9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후된 경영시스템과 서비스 수준을 개선하는 것은 이제 생존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다.
용산 위기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른바 쇼핑방식의 온라인화 추세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 꼽힌다. 인터넷 가격비교사이트의 등장과 대형 쇼핑몰 등의 득세에 밀려 전자집단상가로서의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쇼핑의 온라인화는 용산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정보기기 분야를 대표하는 10대 전문 쇼핑몰 아이코다, 컴퓨존, 용산닷컴, 고용산닷컴, 컴오즈, 이지가이드 등이 모두 용산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출발한 이들은 남보다 앞서 온라인 사업을 결합시켜 이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12년째 PC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노인호씨(컴퓨존 대표)는 “90년대는 ‘세상에서 가장 싼 PC’가 모토였다면 이제는 ‘믿을 수 있는 PC’로 바뀌었다”며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이제는 온라인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유통구조와 서비스를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화가 필요조건이라면 브랜드 개발, 신규사업 모델 발굴, 아이템 다각화 등은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단지내 컴일부 쇼핑몰들은 이미 2000년부터 자체 브랜드를 개발, 매달 고가PC를 수백여대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나아가 소프트웨어 및 주변기기 개발사들과 연계해 기존 PC와 결합한 고부가 신상품 개발에도 나서 성과를 내고 있다. 또 리반엠지씨, 태화컴퓨터, 리더스일렉트론, 앨비스 등 이른바 총판으로 통하는 중간 유통상들도 수입을 전담하는 법인을 새롭게 설립해 기존 중간 유통과 결합시키는 등 사업구조를 점차 고도화시키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매년 200%씩 고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용산닷컴의 서대복 대표는 “소프트웨어회사들과 공동으로 원격솔루션을 개발해 쇼핑몰과 조립PC에 연계시킨 것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용산 상인들도 이제는 고객관계관리(CRM)에 보다 중점을 두고 능동적 경영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병폐 중의 하나인 낙후된 고객서비스의 개선도 시급한 과제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용산 등 집단상가를 찾았던 고객들이 이제는 ‘바가지 공장’ ‘조폭과 같은 서비스’ 수준에 실망해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세대들이 이끌고 있는 해커쇼핑몰, 용산닷컴 등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즉흥적 가격 흥정 방식의 판매에서 벗어나 매장 직원들에게 유니폼을 도입하고 정기적으로 소비자 응대 교육을 실시하는가 하면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해 안내 표준 매뉴얼까지 만들고 있다.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개별 상인뿐만 아니라 건물주들도 상가 리노베이션 등에 적극 나서 쇼핑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되는 시장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97년부터 쇼핑몰사업을 해온 문철식씨(해커쇼핑몰 대표)는 “매장내에 고객센터를 설치해 방문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편하게 인터넷과 게임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용산단지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상인 모두가 이같은 자세로 재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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