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뮤직리서치]음악과 만화를 함께

8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흥행대작 ‘E.T’는 비단 영화만을 판 것이 아니었다. 비디오 판권은 말할 것도 없고, 영화음악 앨범도 골드(50만장 판매) 레코드를 획득했다. 게다가 갖가지 캐릭터 상품들이 쏟아져 엄청난 수입을 거둬들였다. 영화 하나를 가지고 다양한 상품군과 결합해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스’의 전형이다.

 음악 역시 본격적으로 대중음악 시대가 열린 20세기 개막부터 영화 및 뮤지컬과 결합되어 왔다. 음악이 작곡되면 영화에 삽입되었고 또 그 노래들이 쓰인 오페라와 뮤지컬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지나간 시절 얘기고, 50년대 로큰롤 이후 음악은 독립적으로 거대성장을 계속해 왔다. 설령 ‘원 소스 멀티 유스’가 적용됐다 해도 비틀스, 몽키스의 경우처럼 음악이 성공한 뒤, 다른 상품에 적용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아예 기획 단계부터 여러 장르의 문화콘텐츠가 결합되어 상품군을 출시하는 상황은 가능성이 없을까. 말하자면 음악을 만들면서 그것을 만화와 애니메이션과 묶고, 게임·캐릭터·모바일과 연계하는 꿈같은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상품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유즈’의 영역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근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음악을 만들 때 처음부터 만화를 고려하고, 게임을 설정한다는 게 자본도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음악도 시대흐름 속에 있는 예술 산업분야이기 때문에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면 중요한 포인트인 시장의 타이밍과 트렌드를 놓칠 위험이 있다.

 최근 제이우(J-Woo)라는 가수의 앨범 ‘So Simple’`이 나왔다. 그런데 얼핏 CD라고 보기에는 제품이 꽤나 두껍다. 이유는 두 권의 만화가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그 만화는 결코 잡지 옆에 붙는 기존의 ‘부록’ 개념이 아니다. 놀랍게도 곡을 하나 들으면서 만화 한 편을 보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은 총 17곡. 단편만화도 당연히 17개가 된다. 하지만 이 만화는 아마추어의 습작이 아니라 원수연·이빈·박희정·신일수·김수용·김동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정상의 만화가들이 그린 작품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곡에 맞춰 제각각 캐릭터와 스토리를 창조해낸 것이다. 개성이 강한 이 14명 만화가들의 면면들을 하나로 묶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이 정도면 ‘보는 음악, 듣는 만화’인 셈이다.

 그렇다고 만화에 가려 정작 ‘주인공 제이우의 음악은 디저트가 아닐까’ 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올해 25살이란 나이 외에는 신상이 알려진 바 없지만 힙합을 구사하는 그는 뛰어난 리듬 감각과 예리한 감수성을 자랑한다. ‘2years’ ‘Flavor of the beat’ ‘체념’ 등의 곡에서 비트와 몽환적 분위기를 융합,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냈다. 조PD 이후 모처럼의 신선함이다.

 제이우의 제작자는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콘텐츠 결합을 꾀하게 됐다. 만화로 그치지 않고 곧 모바일 게임에 이어 아바타,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도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멀티 콘텐츠’ 지향이다. 이제 시장이 위축됐다고 한숨만 쉴 것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 제이우의 멀티 접근에 갈채를 보낸다.

 임진모(http://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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