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의 김순택 사장은 대기업 CEO로는 드물게 1년에 한차례씩 IR 행사에 참석한다.
그는 IR에서 내년도 경영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에 제시했던 경영 목표가 어떻게 실행됐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물론 달성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조아린다. 그러나 그가 고개를 조아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제시했던 대부분의 경영목표를 달성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SDI 제 2 PDP라인 준공식에서 만난 김순택 사장은 두번이나 “PDP분야에서 세계 넘버 1위가 되고 싶다”는 말을 되새김할 정도로 1위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 비록 이미 생산능력에서는 1위에 올랐지만 앞으로는 품질이나 생산량 모두 1위를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김순택 사장은 또한 ‘극한 원가’ ‘생존 원가’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원가 개념에 투철한 CEO로 정평이 나있다.대부분 기업들이 적자를 보는 브라운관 사업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것과 PDP의 경우, 일본업체들이 1000매를 생산하는 데 투자비가 80억∼100억원에 이르는 반면 삼성SDI는 절반에 해당하는 40억원에 불과한 것도 김사장의 ‘생존원가’ 개념을 삼성SDI직원들이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PDP의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서는 “세트업체로부터 요청받은 내년 주문량은 210만여대에 이르지만 2기 라인을 가동하고도 공급가능한 물량은 100만대 정도로 주문량의 50%만을 소화하고 있다”며 “2005년까지도 공급 부족 현상은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 업체들이 특허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삼성SDI는 특허를 피하기 위해 PDP 생산 기종을 다양화하고 자체 기술을 적용하는 등 피해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SDI가 PDP업계보다는 LCD업계로부터 더욱 거센 도전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LCD업계의 대표격인 삼성전자 AMLCD사업부 이상완 사장이 지난달 “LCD의 영역은 40·50인치까지 가능하다”고 PDP업계에 전면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김사장은 “이상완 사장의 발언은 한편으로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또 다른 면으로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며 “투자효율성, 대형에서의 수율이나 작업의 용이성, 제조의 편의성을 보면 PDP가 절대적인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고 단언했다. 옆에 배석한 배철한 부사장은 “이상완 사장이 삼성SDI에게 끊임없는 자극을 주었기 때문에 우리가 세계 1위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순택 사장은 삼성전자와 경합하는 능동형(AM) 유기EL사업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유기EL사업은 삼성SDI의 영역이라는 말이다. 김사장은 예전 그룹 구조조정본부 근무시 삼성전자와 삼성전관(삼성SDI의 예전 사명)의 LCD사업 관할건을 두고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김사장은 “유기EL사업에 대해서는 삼성SDI가 맡기로 전자 사장단회의에서 결론을 내린 상태”라며 “삼성SDI는 유기EL사업에 가장 중요한 증착기술, 전류구동기술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이며 저온폴리(LTPS)분야에서도 상당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유기 EL사업에 참여한다면 실력으로 겨뤄 삼성SDI가 적합하다는 것을 인정받을 것”이라며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도 삼성전자가 이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해서 물러서면 삼성SDI의 주주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1등 사업을 일궈낸 김순택 사장이 오는 2010년 200억달러 달성이라는 삼성SDI의 목표를 달성해 낼지 디스플레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천안=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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