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외산 진영 선점 논쟁 가열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차세대 초고속 인터넷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중인 2.3GHz 휴대인터넷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국내업계가 마련중인 독자표준 HPi(High-speed Portable internet)과는 다른 자신들의 표준을 내세우고 있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동의에는 실패했지만 인텔이 최대사업자인 KT에 집중적인 러브콜을 보내면서 휴대인터넷 기술표준이 국산대 외산의 진영간 싸움으로 번질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은 자사가 주도하는 차기 무선인터넷 표준 WiMAX(World Interoperability for Microwave Access)를 한국 휴대인터넷시장에 적용키로 하고 최근 본사 임원들이 대거 내한, 정통부와 KT·삼성전자 등 국내 관계자들을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3일 KT를 방문, 세계 최대의 브로드밴드업체인 KT가 WiMAX를 차기 휴대인터넷 표준으로 채택,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인텔은 또 내주에는 정통부 관계자들을 만나 앞으로 무선주파수 할당 계획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들을 계획이다.
WiMAX는 기존 실내로 국한돼 있는 무선랜(802.11a/b/g) 서비스를 보완해 실외로 인터넷 사용반경을 대폭 넓힐 수 있는 것으로 인텔이 포럼 결성을 주도하는 등 산업화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 관계자는 “WiMAX는 초고속인터넷 네트워크중 댁내에 들어가는 ‘마지막 몇 마일’을 무선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인터넷 접속을 무선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한국이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상호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인텔은 내년 상반기 이 표준을 적용한 802.16a 칩 솔루션을 출시하는데 이어 802.16e 등에도 WiMAX 표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KT측은 WiMAX가 고정(fixed) 무선 인터넷서비스인 만큼 우리나라가 준비중인 휴대인터넷보다 휴대성이 떨어져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KT는 인텔에 자사가 추진중인 휴대인터넷 기술 개발에 참여해 줄 것을 요구했다.
KT 한 관계자는 “WiMAX 기술은 백본망이 부실한 외국에 적합한 것으로 백본망과 촘촘한 무선통신 기지국을 갖춘 국내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WiMAX 표준은 이동시에 기지국과 기지국간 연결(핸드오버)를 보장해 주지 않아 휴대인터넷 기술로 채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