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조사과정에서 불거진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의 이전가격과세(TPT:Transfer Price Taxation) 탈루 혐의에 따른 세금추징의 불똥이 국내에 진출한 주요 외국계 정보기술(IT)기업들로 비화할 조짐이다.
최근 한국MS가 본사로부터 들여오는 물품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한국지사의 소득규모를 축소해 탈세한 혐의로 320억원대의 세금추징(가산세 포함)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9월부터 일제히 국세청으로 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인텔코리아, 한국컴퓨터어쏘시에이츠(CA), SAP코리아 등 외국계 IT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SAP는 한국진출 8년여만에 처음 세무조사를 받게 된데다 자국 기업들에게 보수적인 세금정책을 운영하는 독일 기업이어서 두 나라 국세청간의 만만치 않은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경과=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국가마다 세금의 종류와 세율이 서로 다른 점에 착안, 본사와 지사가 주고받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을 조작해 세금이 가장 낮은 나라에 이익을 집중시키는 TPT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 TPT 전략에는 명목상의 가격 뿐만 아니라 특허 및 상표의 사용료(로열티), 연구개발비, 사원연수비, 광고선전비, 융통자금이자 등이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한국지사의 소득규모를 축소해 탈세한 혐의로 320억원을 추징당한 한국MS는 제품가격산정에 있어 양국의 계산방식의 오해에서 빚어진 일 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세금 환수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한국MS가 제품 이전가격을 높게 산정해 본사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국세청으로 들어올 320억원대 세금이 미국 국세청으로 잘못 흘러갔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한국MS가 본사에서 이전받은 기술료(TP)의 15%를 소득발생지(국내)에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부과한 추징금 380억원에 대한 환수는 실현되지 않게 됐다. 국세청이 한국MS의 이의신청으로 과세 전 적부심사를 거친 결과 추징을 취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미국의 국세청이 MS 세금 공방전에서 일 대 일의 성적표를 내보임에 따라 나머지 외국계 IT기업들의 한국지사들도 자사 TPT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또한 국세청이 본사와 한국지사의 제품 이전가격의 기준이 너무 높게 책정돼 세금징수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이의를 제기해 국제심판소에 계류중인 사건의 결말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제점과 전망=TPT는 국가 대 국가간 세무정책의 충돌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조심스런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단순한 세금추징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가간 경제 보복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8년 미국 정부가 자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해 TPT를 강화하자 국내에서도 모토로라 등에 대한 대응과세가 이루어졌던 사례가 있다. 이번에는 한국 국세청이 MS건을 통해 선제공격을 한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어 미국측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한 외국계 IT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익 논리에 철저한 외국기업으로서는 국세청의 TPT 강화 움직임에 대해 투자 재검토 및 축소의 형태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청와대의 큰 그림(경제부흥)과 국세청의 실무(세무)가 서로 어긋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다국적 기업들의 수익보전을 위한 손쉬운 TPT 창구로 활용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정부의 MS에 대한 세금추징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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