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인터넷시장을 놓고 세계 최대의 반도체업체인 인텔이 본격적으로 진입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인텔은 자신들이 추진중인 차세대 인터넷표준 WiMAX(World Interoperability for Microwave Access)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어서 인텔의 행보가 향후 이 시장에 대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휴대인터넷시장에 몰려오는 외국업체들=인텔에 앞서 국내 휴대인터넷시장을 겨냥해 미국 어레이콤·플라리온·나비니·브로드스톰 등이 이미 KT와 손을 잡고 장비개발을 추진해왔다. KT는 휴대인터넷시장의 조기확산을 위해서라도 독자표준보다는 해외 기술을 들여서라도 상용화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KT는 이미 어레이콤이 개발한 멀티셀 방식의 ‘아이버스트’ 기술 등 외국업체들의 솔루션을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중인 만큼 내년도 조기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텔이 가장 먼저 KT의 문을 두드린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광대역 통신사업자인 KT가 인텔의 손을 들어준다면 인텔로서는 무선랜 내장 노트북인 ‘센트리노’에 이어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다. 인텔은 KT, 삼성전자와의 협력에 힘입어 한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센트리노 노트북을 출시, 세계로 확산해 전체 노트북용 CPU 판매의 40%를 센트리노에서 거두고 있다.
◇인텔-KT 협력은=그러나 KT는 인텔의 WiMAX가 주파수 대역도 넓고 실외 서비스도 가능하지만 고정(fixed) 무선 인터넷서비스여서 기지국간 연결(핸드오버)이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PDA를 들고 이동하면서도 인터넷이 연결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KT가 어레이콤·프라리온 등과 개발중인 규격이 적합하다는 주장. 그리고 서울 등 과밀지역이 많은 한국은 각 기지국간 연결이 필수적이어서 인텔의 솔루션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또 인텔의 개발 로드맵이 우리의 상용화 일정보다는 늦어 이번 만큼은 협력이 어렵다는 게 KT측 주장이다.
반면 인텔측은 “한국에 무선통신 및 디지털홈과 관련된 R&D센터를 짓기로 한 것은 바로 새로운 기술 표준에 대한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의 참여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인텔은 내주 정통부를 만나 정부의 차기 휴대인터넷 정책에 대한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휴대인터넷 표준 어떻게 될까?=외국업체들의 이같은 전방위적인 공략에 현재 삼성전자와 ETRI가 주축이 된 국내 독자표준 HPi의 향배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어레이콤과 협력하는 것을 중단, 사실상 HPi 표준이 국내 표준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그러나 KT는 여전히 어레이콤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고 이같은 KT를 겨냥해 인텔은 또다른 협력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KT-LG전자-어레이콤과 삼성전자-SK텔레콤 등으로 진행돼 온 휴대인터넷 표준 논쟁에 인텔이 기존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어떠한 형태로든 개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가다간 휴대인터넷 표준이 외산 대(對) 국산의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면서 “산업계가 어떻게 나갈 것인지는 그들의 몫이나 이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선 정부가 향후 사업자 선정 등 구체적인 일정을 보다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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