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용품시장을 주식에 비유한다면 ‘바닥’이라 말할 수 있다. 경기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악재가 골프용품 시장을 비켜갈리 만무하다. IMF 때보다 더하다는 최악의 불황 속에 용품 가격 역시 끝없이 추락한 한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용품가격의 하락은 저가 상품 시장을 크게 확대시켰다. 50만원대 신제품 풀세트가 등장할 만큼 가격 경쟁이 치열했다. 고가의 클럽은 중고가로, 중고가는 중저가로, 중저가는 다시 저가 클럽으로 가격 수준이 한 단계씩 낮아진 상황이다. 특히 일명 ’보따리상’의 병행 수입클럽이 시장 가격을 혼란의 극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시중가 100만원대 정품 드라이버가 인터넷쇼핑몰을 중심으로 60∼70만원대에 거래되면서 ‘정가대로 사면 바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졌다. 이에따라 전체 클럽 가격도 평균 20∼30%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P, D클럽 등 이름난 제품의 50∼60% 할인판매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또 전통적으로 할인판매가 없던 유명 골프웨어까지 올해는 수차례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반해 신규 론칭 브랜드와 제품은 어느 해보다 적었다. 특히 골프용품 전시회는 신제품 경연장이 아닌 재고용품 처리를 위한 ‘돗때기 시장’으로 전락해 업계의 비난이 쏟아졌다.
불안정한 가격은 비교 구매가 쉬운 인터넷쇼핑에 대한 관심을 부추겨 반사적으로 인터넷 용품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옥션’ ‘SBS골프닷컴’ ‘골프스카이’ 등 인터넷사이트의 골프용품 코너나 불필요한 중고 클럽을 직거래로 사고 파는 인터넷벼룩시장이 각광받았다. 반면 오프라인 중고클럽 매장은 수요보다는 공급 부족으로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틈새 상품은 어느 해보다 많이 등장한 한해다. 팬텀의 여성 전용볼이나 겨울용 기능성볼은 틈새시장 공략의 대표작이다. 특히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가미한 캘러웨이의 ‘투볼 블레이드 퍼터’는 여러 아류작을 양산할 정도로 올해 최고의 히트용품으로 평가된다. 퍼터 헤드의 블레이드 부위에 볼 모양의 무늬 2개를 나란히 새긴 제품으로 퍼팅 때 헤드의 움직임을 바로잡아줘 프로선수에게도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용품 가격이 바닥이라면 이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는 뜻도 포함된다.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브리지스톤 등 대표 용품 브랜드의 신제품 출시가 비 시즌인 겨울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올해 나타난 이색적인 화제거리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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