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도 `퇴출 대상`

이용 급감세…`보행장애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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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전화, 추억의 한켠으로 자취를 감추는가.

 한때 바깥에서 거의 유일한 전화수단으로 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공중전화는 이동전화 시대에 들어오면서 이용자가 급감했다. 최근엔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에 따라 시민들이 보행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공중전화 부스 등 4대문안의 보도장애물을 완전히 정비하겠다”고 밝혀 ‘보행장애물’로도 몰렸다.

 이러한 가운데 공중전화 시설을 관리하는 KT링커스는 직접 공중전화 사업자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KT가 적자보전을 받으며 영위해온 공중전화 사업을 직접 가져가겠다는 의미여서 공중전화가 새로 탈바꿈할 수 있을 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99년부터 감소’=공중전화의 감소는 이동전화의 확산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동전화 가입자 급증 시점인 지난 99년 56만대 이후 매년 4만∼5만대씩 줄어들었다. 올해엔 40만대 이하로 떨어졌다. 매출감소는 더 크다. 98년 7500억원에 이르던 공중전화 매출도 2002년 절반 이하인 3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2000억원을 밑돌 전망이다. 지난 98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는 5200억원, 2001년부터 2년간 보편적 손실보전금은 520억원 가량이다.

 공중전화 감소는 외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2000년 50%였던 공중전화 사용고객이 2002년 39%로 감소했다. 전체의 11%만이 한달에 한번 이상 공중전화를 사용하며, 60%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프랑스에는 34만대(176명당 1대), 영국에는 16만대(375명당 1대)의 공중전화만이 남았다. 우리나라는 335명당 1대꼴(무인공중전화 기준)이다.

 KT링커스 관계자는 “씨티폰, IT폰, 데이터공중전화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시도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다”며 “공중전화 사업구도의 개선과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KT링커스, 독립채산제 요구= 공중전화 사업자는 KT, 공중전화 자산은 KT링커스가 보유, 운영한다. KT는 매년 단말기 임대와 용역 비용으로 KT링커스에 연간 1200억원 가량을 지급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이한 구조다.

 이에 대해 KT링커스는 직접 공중전화 사업자로 지정돼 보편적서비스에 따른 적자 보전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KT링커스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보편적서비스 사업자 지정 관련 연구과제를 맡겼으며 정통부에도 이러한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KT링커스 관계자는 “KT로부터 넘어오는 운영비용이 매년 100억원 가량씩 감소한 가운데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여도 이익이 KT의 몫이 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노조에 설득시키기 위해서라도 사업자 지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KT링커스의 지분 약 93%를 가진 KT측은 “공중전화 사업문제는 KT와 정통부 사이에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내심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중전화 사업 독립 쉽지 않을 듯=KISDI 관계자는 “별도 역무없이 시내전화 사업자가 제공하도록 한 공중전화사업자 자격을 KT링커스가 가질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여러 법적 검토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KT링커스의 사업자 지위 △공중전화 역무의 별도 신설 여부 △보편적서비스 기금 납부 사업자의 의견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KT가 넘기고 싶어할 경우 방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통부 관계자도 “시내·외·국제전화 역무가 있어야 공중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 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면서 “제도를 바꿔도 다른 사업자와의 분담이나 공중전화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통부는 조만간 2년 단위로 지정하는 보편적서비스 사업자를 재지정할 계획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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