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이윤덕 프로젝트 매니저는 “자동차, 통신, 전자, 콘텐츠 등 각기 다른 산업이 맞물려 창출하는 텔레매틱스는 처음부터 숱한 시행착오가 예고된 산업”이라며 “문제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각각의 산업군이 얼마나 의기투합하느냐”라고 강조한다.
실제 국내 텔레매틱스 서비스업체 관계자들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붇는 심정’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업구상에서 시스템 구축,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지만 정작 돌아오는 건 형편없기 때문이다.
2001년 국내 최초로 텔레매틱스 시장에 뛰어든 대우차와 KTF는 최근 아예 사업을 접었다. 가입자가 고작 200여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네이트 드라이브’라는 브랜드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시스템 구축 및 마케팅 비용 등으로 1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지금까지 매출은 투자대비 20% 수준인 200억여원에 그치고 있다.
또 삼성화재가 보험업체 최초로 실시한 텔레매틱스 서비스 ‘애니넷’은 1년간 1만4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으며, 르노삼성차가 지난 9월 야심차게 론칭한 SM5 비포마켓용 텔레매틱스 단말기는 장착률이 5% 이하다.
해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포드와 퀄컴이 지난 2000년 텔레매틱스 사업을 위해 합작한 윙캐스트는 2년간 1억2500만달러의 자금이 투입됐지만 결국 지난해 사업을 중단했다. 300만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GM의 ‘온스타’도 7년이 지났지만 흑자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IBM 신기술사업팀 이승훈 실장은 이에 대해 “텔레매틱스를 구현할 기술이나 운영 노하우가 모자란 것도 문제지만 고객의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어낼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비싼 통신료와 단말기 가격 대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는 소비자들이 줄기차게 지적해온 문제다. 삼성증권 오세욱 수석연구원은 “GM 온스타가 그나마 300만명의 회원을 모을 수 있었던 것도 보조금 지급, 1년간 무료 사용 등과 같은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라며 “일본 도요타가 올들어 통신료를 포함한 월정액제 서비스인 G-BOOK을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GM 온스타가 30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하고도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점을 들어 회원확보가 능사만 아니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미국 ATX테크놀러지는 회원 30만명의 온스타보다 후발주자인데도 지난 2002년 이미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텔레매틱스산업협회 배효수 부국장은 “수요와 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은 고객의 요구에 잘 부응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국내 GPS단말기업체 인텔링스가 비록 완전한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아니지만 교통안전서비스로 회원이 30만명을 돌파한 것은 좋은 사례”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안전(safty), 고객관리(CRM), 교통정보, 엔터테인먼트 등을 텔레매틱스의 주요 애플리케이션으로 꼽는다. 자동차부품연구원 이수영 본부장은 “일본처럼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우선 교통정보와 관련한 애플리케이션을 집중 육성하면 산업대중화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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