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나라 전체가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등 이른바 ‘지방분권 3대 법안’의 처리를 놓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을 갖고 추진되는 법안이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싸움으로 비화돼 국론분열 양상까지 띠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국토면적의 11.8%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은 과밀억제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인구비중은 지난 85년 39.1%에서 95년 45.3%, 그리고 2001년 46.5%로 높아지면서 집중도가 심화되고 있다. 또 소득 및 재정자립도면에서도 수도권의 전국대비 지역내 총생산(GRDP)비중은 1995년 45.4%에서 2000년 48.0% 수준으로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1%∼10%대에 머물고 있다.

　참여정부에서는 수도권의 삶의 질 저하와 비수도권의 정체에 따른 지역간 갈등과 국토발전의 비효율을 방지해 국가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강력한 국가균형발전정책을 펴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정책에서 국민통합과 국가경쟁력강화라는 두 과제의 해결과 아울러 특권과 차별, 배제의 갈등구조에 의한 공동체 분열을 극복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을 보면 국민통합이나 공동체 분열의 극복과는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인다. 수도권은 불만이 크고 비수도권은 수도권이 이기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은 지난 30년동안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규제를 받아왔고 인력양성측면에서도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계속 동결돼 왔다. 수도권에 대한 불만 목소리는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이 수도권에 대한 지나친 역차별 정책이고 수도권을 모든부분에서 완전히 배제해 결국 공동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참여정부에서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일환으로 지방의 지역기술혁신역량을 키우기 위해 기술혁신단의 운영이나 석·박사인력 양성사업 등 인프라개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중앙정부의 각종 연구개발(R&D)지원사업은 수도권 및 대전지역에 집중돼 왔고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산업경쟁력과 사업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우수인력을 확보한 수도권과 대전지역의 연구기관 및 대학을 위주로 지원사업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해 왔다.

　따라서 연구개발력지원사업들은 수도권의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발전을 위해서 지역 내에 위치한 기술개발기관, 교육기관 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비만인 사람이 다이어트는 필요하겠지만 완전히 굶겨서는 아니 되며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에게 갑자기 지나친 음식을 먹여서도 안될 것이다.

　또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기업의 지방이전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기업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개발에서 마케팅까지 원활하게 이뤄져야 높아진다. 이를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 기업하기 좋은 곳이며 그 판단은 기업주의 몫이다. 기업은 스스로 최대 수요시장과 인재·대학 등 R&D 인프라와 교육·문화적인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도권에 소재를 두고 있다.

　우리기업의 현실은 회사경영의 비용부담증가와 세계 경쟁력 약화로 생산라인을 중국 등으로 이전하려는 곳이 늘고 있고 반대로 글로벌기업의 국내유치는 쉽지않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수도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수도권이나 비수도권으로 구분하지 않아도 기업의 기술 경쟁력 제고는 우리나라가 동북아중심 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그동안 고교평준화가 학생수준의 하향 평준화를 만든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어 왔는데 국가균형발전에서도 하향균형발전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이 지금의 발전상황에서 정체되거나 후퇴되지 않고 적정수준으로 개선되고 발전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동북아 중심 국가로의 도약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두 과제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기를 바랄 뿐이다.

◆배성열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sybae@gt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