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자화폐업계 공정경쟁

 “공정경쟁 좀 합시다.”

  얼마전 전자화폐 전문 A사가가 경쟁업체인 B사에 발송한 공문의 요지다. 발단은 B사가 자사 홍보광고 내용에 실적을 부풀렸기 때문이다. 실적 가운데는 A사와 소송 중인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를 발견한 A사는 법적 대응을 검토했으나 시장이 위축된 점을 감안, 과장광고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키로 한 것이다. 다행이 B사가 착오를 일으켰다는 내용의 사과 답변을 보냈으며 A사도 더이상 문제를 확대하지 않기로했다.

 그러나 이번 공문발송건을 경쟁업체간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긴 어렵다. 장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자화폐업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화폐업계는 최근 1∼2년간 사업영역확장을 위해 과도하게 투자를 진행하는 가운데 업체간 경쟁마저 계속 치열해져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았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수익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고전하고있다.

 신흥시장인 전자화폐분야에서도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상대방 흠집내기나 깎아내리기가 만연돼있다. 내부적으로는 낮은 수익률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외적으로는 출혈경쟁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출혈경쟁은 법적 대결까지 이어져 현재도 전자화폐 업체간에 몇 건의 소송이 지루하게 진행되고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정경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이 최근 주요 업체들이 모여 ‘전자화폐업계의 공멸’을 우려해 표준도 만들고 대형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를 제안하는 등 자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가닥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자정도 중요하지만 외국과 비교해서 유례없이 많은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전자화폐 시장사정을 감안할 때 이를 방관해온 정부나 관련 협단체가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자화폐사용을 권고만 하지말고 공공장소 등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또 이런 기반을 모든 업체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자연스러운 공정경쟁을 유도하라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자립에 앞서 공존의 ‘공간’ 마련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디지털경제부=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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