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미래 지향적 연구개발

 올해는 대덕연구단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계기로 지면이나 방송을 통해 대덕 연구단지가 이룩한 그 동안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보도되는 것을 보았는데 대체로 산업적 기여도 측면에서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던 것으로 느꼈다.

 말하자면 투입 연구비에 비해 산업적 기여도가 낮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왜 산업적 기여도가 낮았는지, 또 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 분석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연구의 성격 규정이다. 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연구는 선행연구, 선도기반연구, 응용기술개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위에서 말한 ROI로 측정되는 산업적 기여도라는 평가 지표를 적용해야 할 연구는 당연히 응용기술개발 과제가 돼야 할 것이다.

 현재 선행연구는 거의 없으며, 선도기반연구에도 ROI로 측정되는 산업적 기여도가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되고 있다. 또한 선도기반연구와 응용기술개발이 혼재해 연구개발의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모르며 연구 개발 전략의 수립도 혼재해 있어서 선진 외국업체의 기술 수준을 따라 잡기에는 전략적으로 부족하다.

 외국 선진 기술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많이 뒤져있지만 그들과 동일하거나 앞선 연구테마를 발굴해 연구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를 위한 모험적 선행 연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산업적 기여도를 중시하는 평가 때문에 대부분 응용기술 개발을 수행하면서 틈틈이 선진 기술을 분석하고, 기초연구를 수행하며 이를 이용해 차세대 기술 개발을 기획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로 연구를 수행하면 양쪽 다 부실해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만 급하게 즉시 활용 가능한 응용연구에만 치중하다보면 항상 남의 뒤만 따라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 나아가 선행연구를 통해 충실한 기초자료 수집, 기술 분석, 시장 분석을 통해 핵심적으로 공략할 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보다 빨리 선진 외국 기술을 능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선도 기술 개발 과제의 평가 방법은 ROI와 같은 지표로 평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선진 기술과의 기술적 수준 비교가 평가 지표가 돼야 할 것이다.

 현재처럼 연구 개발을 수행한 결과에 중점을 두는 평가 방식은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출연연구소의 기술 개발에 산업체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개진되고 반영돼야 산업체를 도와 국가적으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정부의 연구 자금 투입 의도에 부합할 수 있다. 또한 출연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연구 개발 수행자는 개발 결과에 대한 산업체 이용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산업체에서 이용하기에 적합한 형태와 수준으로 연구 개발 결과를 낼 수가 있다.

 응용 개발 과제의 평가는 ROI가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될 것이며, 따라서 기술 개발 기획 단계 뿐만 아니라 수행 과정에서도 공동 개발 등의 방법으로 산업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일부이긴 하지만 과거처럼 가만히 있다가 연구소의 연구 결과가 쓸모없다고 비판만 하기에는 대부분 국민의 세금인 출연연구소의 연구 개발비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체 및 민간연구소, 정부출연연구소가 국가의 기술 수준을 높이고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협력할 것인지를 고민해 각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출연연구소의 경우, 선행연구, 선도기술 개발, 응용기술 개발을 어떤 비율로 배분하여 연구 시킬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 그것에 따라 각 과제의 성격에 맞는 연구 목표, 평가 지표 및 평가 방법을 달리 적용해야 각 연구 과제의 성격에 충실한 연구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송명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광대역RF연구팀장 mssong@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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