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가을 예비군 동원 훈련장의 휴식시간. 무겁기만한 시계 바늘.
아직 단풍의 화려함을 간직한 낙엽더미를 소파삼아 몸을 묻은 채 허공으로 퍼지는 담배 연기를 바라보며 있었다.
가슴속에는 조금 전 한 친구와 나눈 창업이라는 파형이 크게 원주를 그리고 있다.
‘창업(?)’ 처음엔, 눈 끝으로만 읽어나가는 일간지 속 남의 이야기처럼 아무런 감흥없이 들렸는데, 피할 수 없는 인생의 변곡점에 선 서른의 파란 가슴은 흔들리고 있었다.
훈련기간 내내 미간 위에 펼쳐진 60인치의 초록색 스크린 위에 수 없이 영상을 그리고 지웠다.
창업을 가슴속에 숨긴 다른 3명의 동지가 있었다. 우리는 창 아래 굽이치는 한강이 유난히 파랗게 보이는 30층 발코니 원형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결단의 순간, 차례가 돌아왔을 때 마음속 준비해온 비상을 꿈꾸는 날개를 펼쳐야 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꿈이 담겨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볼 것입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의 시대로의 변화 그 다음 세대는 드림웨어의 시대…. 가슴 속 쇼핑몰의 쇼 윈도에는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많은 명품들이 유혹하고 있습니다. 클라이언트 서버, 다운사이징, 네트워크 컴퓨팅,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비주얼 베이식, MMI(Man Machine Interface), 오픈시스템, LAN 등 이 모든 것들이 아직 주인이 없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난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로서 세계 최고 회사를 설립해 세계 최고의 드림웨어를 개발하겠습니다.” 당시 가슴속에 품었던 생각이다.
결국 초기 뜻을 같이 했던 동지 5명 중 2명만이 출사표를 제출했고 이렇게 해서 시작된 창업의 길은 그 해 겨울 12월 30일 넥서스커뮤니티의 전신인 ‘한길정보시스템’이란 법인 설립을 하며 본격적인 막을 올리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초보운전자가 큰 사거리에서의 첫 좌회전을 경험할 때 어지러움에 주위의 차들을 의식하지 않으려 앞만 보듯이 참 무모하리만치 단순하고 감성적인 결정이었다.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해 10여년의 여정 속에 어려울 때마다 수 없이 그때 다른 결단을 내렸었다면 하는 상상도 해보았지만, 시대와 인생의 변곡점에서 내린 그 결단은 후회해본 적이 없으며 또 다시 태어나 같은 결단의 순간을 맞게 되더라도 같은 결정을 내리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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