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말 `주가관리` 비상

기업 경영·CEO 평가 잣대로 보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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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대기업들이 연말을 앞두고 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불황의 늪이 깊어진 올해는 물류대란, 정치자금 수사, 금융위기 등 유난히도 대형 악재들이 재계를 휩쓸었다. 현재로서 기업들이 이런 파고를 잘 견뎌냈느냐는 판단은 연말 주가 평가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이 연말이 다가오면서 주가 관리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올해는 특히 연말에 잇따르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대선자금 수사와 LG카드 유동성 문제 등 굵직한 악재들로 주가관리에 대한 압박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대비 주가가 하락해 있는 기업일 경우 연말 주가 관리는 보다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고경영자에 대한 유임 여부나 연말·연초의 임직원 인사, 익년도 사업계획 수립 등에서 주가성적표는 빼놓을 수 없는 자료가 되고 있다.

실제 올해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홈쇼핑 업계에서는 해당 기업들의 ‘CEO 교체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같은 계열사 경영진들이라도 삼성SDI와 삼성전기처럼 주가 격차가 크게 발생한 경우에는 연말에 느끼는 체감 온도가 다를 수 있다.

 주가는 단순히 실적만 좋다고 해서 ‘고공 비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경영비전, CEO와 경영진에 대한 대외의 긍정적 평가, 주주 친화 정책 등이 모두 주가에 반영된다. 따라서 주가는 최근들어 경영진에 대한 가장 유력한 평가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따라 연말 주가 관리를 위한 기업들의 전략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들어서면서부터 대규모 해외 기업소개회(IR)를 진행해오고 있다. 해외 IR에서 내년도 부채를 모두 갚아 무차입 경영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향후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KT는 최근 주당 2000원이라는 고배당 계획을 미리 발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KT가 향후 성장모멘텀은 뚜렷하지 않지만 주주가치를 높이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비자금 수사에 LG카드 유동성 문제까지 겹쳤던 LG그룹과 소버린의 타깃이 되고 있는 SK그룹 등은 주변 여건상 적극적 주가관리가 어렵지만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LG전자의 경우 그룹과는 별도로 지난 19일부터 미국 뉴욕과 보스턴에서 씨티은행 주관으로 해외 IR 행사를 벌이고 있다. 소버린으로 부터 경영진 교체를 요구받은 SK 그룹의 경우 기존 주주 설득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벤처기업 가운데는 웹젠이 나스닥 상장을 발표하며 주목받았고 KTH 등은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유망기업들인 위디츠·이모션·예스컴·아이디스 등은 최근 자사주 매입을 선언하며 연말 주가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밖에 증시 전문가들은 연말을 맞아 기업들의 IR과 애널리스트 간담회 등이 많아지는 것이나 기업들이 4분기 매출 확보와 수익성 확대에 열을 올리는 것도 연말 주가 관리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정수 연구원은 “주가를 통한 경영진의 평가방식은 외국기업에서 시작됐고 국내기업에서도 이제 보편화되는 추세”라며 “연말 기업들의 주가관리 방안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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