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주소자원법 입법 강력 반발

"정부 권한 강화에 초점 업계 배제" 주장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안이 오는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위원장 안동선)에 상정돼 전체 심의에 붙여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안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와 입법 자체를 저지하겠다는 반대세력간의 논리 싸움도 점점 더 첨예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관련업계와 시민단체가 정통부 입법안에 대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 법안이 앞으로 우리나라 인터넷주소체계 및 관리·활용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5월말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으로 법안이 확정돼 입법예고와 함께 수차례 공청회 등을 거쳤으나 업계반발 및 정부부처 협의과정에서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과 상충돼 표류해오다 이번에 국회에 상정됐다.

 ◇업계·시민단체 강력반발=업계는 이번 법안이 인터넷주소에 대한 정부의 권한만 규정할 뿐 업계의 자율적인 기술 및 서비스 흐름은 배제될 수 밖에 없는 법구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가 가장 크게 반대하는 조항은 제 11조 ‘IP주소를 사용하고자 하는 자는 인터넷주소관리기관으로부터 이를 할당받아야한다’와 제 9조 2항 ‘정통부 장관은 인터넷주소기반 부가서비스의 품질향상 및 안정적 제공을 위한 시책을 수립, 시행하여야한다’ 등이다.

 IP주소는 법안이 규정하고 있는 관리기관으로부터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업계 선택에 따라 해외에서도 할당받을 수 있는데 이를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부가서비스 및 품질 향상은 업체들 자발적으로 진행, 시장에서 평가받을 일이지 정통부 장관의 관리하에 둘 일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시민단체인 피스넷 전응휘 사무처장은 “인터넷주소 관련 기술표준도 IETF 등 국제기구를 통해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주소자원을 우리나라만의 국가법률로 재단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정통부의 논리= 입법 추진 실무자인 정통부는 이번 법률이 통제의 개념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공공의 자원인 인터넷주소 인프라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관련 기술개발 및 민간지원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법체계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정책과 강장진 사무관은 “민간에서 해야할 일을 국가에서 빼앗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된다”며 “얼마전 행정소송에서도 인터넷주소업무가 국가사무로 인정됐으며 인터넷정보센터(KRNIC)도 정부업무를 위탁받아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규제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규제는 인터넷주소를 전매하려는 목적으로 선점하는 행위(스쿼팅)에 제한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망=법률안에 대해 업계와 시민단체가 단호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서 통과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기정통위 소속 위원인 이상희 의원은 이번 법률안에 대해 “인터넷주소가 관련산업 및 국가경제의 인프라로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집중해야지 정통부의 권한 확대쪽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넷피아가 지난 21일 “국내에서 개발된 독자기술은 배제됐을 뿐 아니라 신규 서비스의 발굴 및 제공을 저해, 관련 산업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법률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KRNIC 산하 인터넷주소위원회(위원장 이동만)도 법안상 신설기구인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회’가 이해당사자간 정책논의보다는 자문기구의 성격이 강하며 이에 따라 사업자와 인터넷 이용자라는 두 주체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정통부는 인터넷주소자원의 공개념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데다 인터넷주소 사용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 강건하다. 발등에 떨어진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안을 놓고 통과시키려는 정통부와 정부의 인터넷주소 관리감독을 강하게 거부하는 업계·시민단체간의 줄다리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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