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폐PC재활용 의무량 산정

 내년도 폐PC재활용 의무량 산정을 놓고 환경부와 전자업계간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환경부는 PC, 에어컨, 세탁기, TV 등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대상 품목에 대한 수거량을 내년에는 올해보다 10∼20%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재활용 비율이 가장 낮은 폐PC의 경우 민간 수거 운반업자들의 손을 거쳐 동남아 등으로 불법수출까지 돼 국가 간 분쟁을 야기할 소지가 있어 재활용 의무량 확대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자제품을 재활용하도록 한 정책은, 자원 절약뿐 아니라 친환경적 제품 개발을 촉진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좋은 점이 많은 제도임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이 제도는 폐기물 회수와 재활용에 생산자가 참여함으로써, 비용절감을 위해 설계 생산단계부터 재활용성을 고려하게 만들어 장기적으로는 자원의 절약과 폐기물 처리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자원 고갈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리사이클링이다. 폐기물 자원재활용은 부존자원의 유용성을 높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보존이라는 인류의 과제를 해결하는 키워드로 인식되고 있다. EU 등 선진 각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오염물질에 대해 철저한 감시체제를 구축하고, 각종 법률을 제정해 이를 무역장벽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세계적 추세에 맞춰 종전의 가전제품 폐기물 예치금제도를 보강해 올해부터 유해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발생을 억제하고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바젤협약에 걸맞게 관련법을 개정하고 이를 엄격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좋은 취지로 시행하는 제도라도 현실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폐PC재활용 의무량 확대는 전자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지금 전세계에 불어닥친 장기 불황으로 우리 경제의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다. 내수가 꽁꽁 얼어붙고 PC 수출도 예년처럼 활기를 띠지 못해 업계가 안팎으로 혹독한 시련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PC를 포함한 폐가전 재활용 의무량을 일방적으로 늘리려고만 한다면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그보다는 PC재활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원인을 분석해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아무리 전자업체들이 정부가 정한 재활용 쿼터를 채우려고 노력해도 지금처럼 불법수출이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 물량을 확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전자업체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재활용센터 같은 곳에서 폐PC를 구입하여 할당량을 채우는 것도 편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무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미달성 폐기물량에 대한 회수, 재활용 전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의 115∼130%에 해당하는 부과금을 추징 당해야 하는 또 다른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이런 전자업계의 현실적인 고충을 감안해 폐PC재활용 의무량 확대 계획을 추진함에 있어 업계가 폐PC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불법 수출 근절책을 마련하고 이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재활용 의무량을 산정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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