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피닉스에서 개최된 SC2003은 세계 최대의 슈퍼컴 축제다. 특히 올 행사는 국내 슈퍼컴 관계자들에게 남다르게 다가온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독립 부스를 만들어 처녀 출전, 국내 슈퍼컴퓨터 인프라와 활용방안을 알리는 데 적극 나섰다. 또 경북대·건국대·국민대 등 국내 여러 대학 연구단위에서도 다른 나라 사이트와 네트워크를 연동해 실험하는 그리드 관련 시연에 나서 주목을 끌었다. 여느 해와 달리 청와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관계자들도 참석해 선진국의 슈퍼컴퓨터 인프라 수준과 사용현황을 체험하고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때가 되면 KISTI 부스에 모여들어 인사하고 정보를 공유하거나 메일을 체크하는 국내 관계자들은 그간 전시회에 참석해도 ‘쉴 곳 하나 없었던’ 과거와 비교해보면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역시 시작을 하고 나니 갈 길이 멀게 보인다. 일본은 ETRI와 유사 성격의 연구기관인 AIST를 비롯한 7개 연구소와 대학이 출연했다. 미국 잔치라고 혹평하는 유럽에서도 영국이 ‘e사이언스’를 알리는 부스를 만들고 네덜란드 슈퍼컴퓨터센터가 오렌지색을 자랑하는 대형 부스를 설치하며 슈퍼컴 강국임을 자랑했다. 슈퍼컴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이 NASA나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와 같은 대형 연구기관부터 ‘홈랜드시큐리티’에서 슈퍼컴 활용을 알리는 미국 정부조직, 인디애나주립대 ‘퍼베이스컴퓨팅랩’과 같은 대학 연구조직이 KISTI보다 몇배 큰 부스를 열고 그 위세를 떨친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우리 관계자들은 “보여줄 게 없었으니 참석을 못했지”라며 뼈아프게 반성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긍정적인 말로 대신하더라도 이는 그만큼 뼈를 깎는 노력을 전제한다. 물론 이같은 노력은 1차적으로 KISTI와 같은 국내 슈퍼컴퓨터 이용 당사자들의 몫이지만 정부의 전략적인 육성없이는 헛된 꿈에 그친다는 것을 이번 전시회는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피닉스(미국)=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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