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등 국가역량 집중…수년내 정상 탈환
미국이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타도 일본’을 선언하고 나섰다.
미국 에너지부 스펜서 아브라함 장관은 최근 워싱턴의 한 강연회에서 “미국은 일본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는 초고속 슈퍼컴퓨터 기술 개발을 국가 프로젝트화해 향후 수년 이내 일본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매초 50∼100테라플롭스(1테라=1조) 연산을 할 수 있는 초슈퍼컴퓨터의 개발이다. 이 연산능력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인 NEC의 ‘지구시뮬레이터’보다 2배 이상 빠른 수준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5000억엔을 들여 개발한 지구시뮬레이터 이외에 이렇다 할 개발계획 조차 세우지못하고 있다. 이유는 예산이 없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이 재차 일본을 따라잡는것은 시간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을 따라잡자=미국은 NEC가 우주개발사업단(현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으로부터 위탁받아 개발한 지구시뮬레이터에 빠른 시일 안에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아브라함 장관은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미국이 일본에 지고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우리는 주도권을 조만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부는 이를 위해 IBM에게 위탁 개발비 명목으로 약 3억 달러를 출연했다. 에너지부는 또 향후 20년간 미국이 집중해야 할 총 20개의 개발과제 가운데 슈퍼컴퓨터 개발을 국제핵융합실험 계획 다음순위로 꼽고 있다.
부시 행정부도 2005년 회계연도(2004년 10월∼2005년 9월)의 예산에서 슈퍼컴퓨터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잡아 의회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슈퍼컴, 군사용에서 민간용으로=미국은 지금까지 군사용으로 개발해온 슈퍼컴퓨터가 민간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도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 역시 더이상 슈퍼컴퓨터가 과학기관만의 영역이 아니라 기업들의 제품 개발에 이용될 시기가 왔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같은 인식은 지난 7월 열린 하원 공청회를 기점으로 슈퍼컴퓨터 개발 기조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당장 미 정부는 군사목적에서 자동차, 소재, 바이오 등의 분야로 확대시킨 개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