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봉의 영화사냥]사토라레

 ‘사토라레’는 어떤 비밀도 간직할 수 없다. 혼자서만 갖고 싶은 은밀한 생각까지도 모든 사람들에게 들키게 된다. 머리 속의 생각까지도 사토 마코토의 원작만화 ‘사토라레’는 이렇게 흥미 있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국내에서는 ‘돌연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만화는 일본에서 TV 시리즈물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일본 최고의 흥행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의 모토히로 카츠유키 감독이 영화화했다.

 국가 특별관리위원회는 1000만명 중 1명꼴인 ‘사토라레’를 비밀리에 관리한다. 그들은 IQ 180 이상으로서 모두 뛰어난 업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사토라레’라는 것을 알면 스트레스를 받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사토라레’의 마음 속 생각이 들려도 모른 채 해야 한다.

 ‘트루먼쇼’를 연상시키는 개인대 집단의 비밀협약이 ‘사토라레’의 기본 전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도덕적 시비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만약 ‘사토라레’가 수십년 동안 자신의 삶이 주위 사람들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돼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는 얼마나 불행할 것인지 영화의 행간을 읽다보면 소름끼치는 또 하나의 파쇼적 발상에 전율하게 된다.

 ‘사토미 겐이치(안도 마사노부 분)’는 3살 때 비행기 사고로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평범한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그를, 연구소로 보내 신약을 개발하게 하는 것이 국가위원회의 방침이다. 그래서 정신과 전문 군의관 ‘코즈미 요코(스즈키 쿄카 분)’의 신분을 위장해서 ‘사토미’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파견한다.

 ‘사토라레’의 영화적 재미는 주위 사람들도 관객도 모두 알고 있는 것을 당사자인 ‘사토라레’ 한 사람만 모른다는 것에서 발생한다. 영화 속의 다른 사람들과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내 생각을 다른 사람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재미있고 신선한 발상의 아이디어가 짜임 있는 이야기 구조로 완성되어 있다. ‘사토라레’를 통해 우리 모두 삶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우리는 ‘코즈미’의 시선으로 ‘사토미’를 바라보면서 하나씩 깨닫게 된다.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할머니 앞에서 절규하는 ‘사토미’의 순수한 생각은 주위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며 큰 울림을 준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것은 위장된 감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철저하게 ‘사토라레’를 이용한다. ‘사토라레’의 희망을 우선시 하지만,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진실은 여전히 은폐되어 있다. 심지어 ‘사토미’의 할머니까지도 ‘사토미’의 행복을 위해 그가 ‘사토라레’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나는 이 영화의 정치적 시선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저 남자와 섹스를 한다면 다음날 모든 사람들이 어젯밤 침대에서의 은밀한 일까지 모두 알게 될거야”라고 생각하며 ‘사토미’의 프로포즈를 거절하는 동료 의사 ‘메구미(우지야마 리에 분)’의 입장에서, 우리는 ‘사토미’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게 된다. 그것은 결국 자신만의 이기적 생각에서 벗어나 타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길을 제공하려는 원작자의 생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위장된 진실로서는 불가능하다. ‘사토라레’의 모순이 거기에 있다. 물론 현실 속에서 ‘사토라레’는 없다. 그것은 영화적 허구일 뿐이기는 하지만.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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