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문화·정통부의 게임업계 잡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 게임업체 사장의 말이다. 많은 콘텐츠 업체들이 콘텐츠 산업의 심정적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와 돈 많은 주무부처(?) 후보인 정보통신부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 들어 정통부는 막강한 자금력과 정책 추진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분야를 육성해 왔다. 업체들은 산업육성에 미온적인 문화관광부보다는 정통부의 정책에 귀를 기울이게 됐고 상황은 많이 기울어졌다. 더구나 최근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문화콘텐츠진흥원을 방문하고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문화콘텐츠 산업 챙기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KT가 한 발 앞서 의욕적인 게임사업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일부 친문화부적 인사들은 정통부가 KT와 연계해 문화부의 야심적 게임 육성정책에 의도적으로 물타기 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4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콘텐츠 유통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세미나’도 그렇다. 소프트웨어진흥원과 디지털콘텐츠포럼, 디지털콘텐츠미래포럼이 공동주관한 이날 세미나는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한 얘기들이 오간 자리였다.

 이 행사는 공교롭게 문화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문화콘텐츠국제전시회(DICON 2003)’ 기간과 겹쳤다. 또 지난 12일 문화부가 ‘게임산업진흥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바로 그 날 몇몇 게임업체 사장들은 정통부와의 저녁약속이 잡혀 있기도 했다. 정통부는 또 다음달 4일 디지털콘텐츠 콘퍼런스를 대규모로 개최할 예정이다. 게임대회 역시 성대하게 치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양 부처간의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당장 발품 팔기에도 바쁜 게임업체로서는 최근 양 부처가 우리 정부의 고질적 병폐인 ‘업계 줄세우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민과 게임업계는 문화부가 됐건, 정통부가 됐건 좀 더 치밀하고 종합적인 육성대책과 지원책을 시행하는 부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정책의 제1순위는 부처 이기주의가 아니라 대 국민 서비스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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