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28일부터 ‘샤이닝 로어(이하 샤로)’의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며 정리작업에 돌입했다.이에 따라 29일부터는 이 게임을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됐다. 엔씨소프트의 이같은 방침은 단 하나,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렇지만 이는 온라인게임이 지니는 특성상 그동안 이 게임을 즐겨온 유저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년 6개월여의 기간동안 애써 키워온 캐릭터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헉! ‘샤로’가 폐쇄라니 믿을 수 없네요”,‘차라리 다른 회사에 넘겨서라도 게임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세요” 홈페이지 게시판이 ‘폐쇄 반대’를 부르짓는 유저들의 탄원과 원성으로 난리가 났다.
“어떤 형태로든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달라”는 애원과 “유저들을 무시한 채 돈만 밝히는 엔씨소프트가 언제 망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식의 비아냥 거림이 교차하고 있다.
이같은 유저들의 분노는 “엔씨소프트가 의도적으로 ‘샤로’를 매입해 망쳐 놓았다”는 ‘음모론’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를 위협할 정도로 인기가 급상승하던 ‘샤로’를 견제하기 위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판타그램으로부터 사들여 서서히 망가뜨려 오다 급기야는 폐기처분하는 것이라는 것.
‘샤로’가 요즘 잘 나가는 ‘뮤’, ‘라그나로크’ 등과 더불어 ‘포스트리니지’ 시대를 열었던 3대 온라인게임이었다는 점에서 바라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그동안 이 게임에 90여억원이나 쏟아 부으며 ‘리니지’에 이은 대박게임으로 육성하려고 애써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엔씨소프트의 고충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서비스 중단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비록 유료서비스는 아니었지만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온 유저가 있는 이상 서비스 중단이라는 ‘최후의 결단’을 내리기에 앞서 먼저 그들에게 의견을 묻고 함께 대안을 고민했어야 했다. 단지 “동시접속자수가 늘지 않아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서비스 중단을 결정한 것은 기업윤리상 비난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아직도 ‘샤로’를 살려보자며 매달리는 유저들이 많다. 비록 동시접속자수는 3000여명에 불과하지만 전체 회원수는 훨씬 많다. 더구나 ‘샤로’는 최근 개발되고 있는 어설픈 몇몇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한 것으로 인정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샤로’의 사장을 안타까워 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으로 매년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른바 잘 나가는 기업이다. 따라서 수익성에 연연하기보다는 기업위상에 걸맞는 처신과 행보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적지 않다.
사회성과 유저들의 입장을 먼저 고려했어야 했다는 게임업계 한 관계자의 아쉬움의 지적은 엔씨소프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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