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번호이동성제` 빛바랜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을 앞두고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동통신사업자들과 회동을 갖고 상호비방 광고 등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고 공정경쟁을 펼쳐줄 것을 당부한 것은 잘한 일이다. 가입자 시장이 포화된데다 번호이동성제 도입으로 ‘뺏고 빼앗기는’ 함수관계를 피할 수 없는 이동전화사업자간 혼탁하고 불공정한 경쟁이 확산될 우려가 높으면 주무 장관이 이를 미리 차단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또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과 관련 선·후발사업자들이 서로 이해관계에 맞게 상반된 정책 제안을 하는 만큼 주무 부처로서 업계의 의견을 듣고 이에 대한 방침을 명확히 설명해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후발사업자들이 번호이동성제 도입과 관련해 건의한 선·후발 사업자간 단말기 보상 변경 차등 허용에 대해 “어떠한 차별 규제도 없고 특히 불법행위에 대해 최고 영업정지 등 강력 조치하겠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는 이같은 정부의 방침이 번호이동성과 관련된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불공정 행위는 다소 수그러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번호이동성 제도는 이동전화 사용자가 현재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가입 회사를 바꿀 수 있는 제도로 이동전화 가입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선·후발사업자간 차이를 줄여 이동전화시장의 유효경쟁체제를 조기에 구축하기 도입한 방안이다. 내년 1월부터 사업자별로 순차적으로 적용해 시행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라고 본다.

 특히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의 이용 주파수가 달라 이동전화 사용자들이 가입 사업자를 선발에서 후발사업자로 또는 그 반대로 바꿀 경우 단말기를 교체해야 불편이 따른다. 때문에 특별한 혜택이 없는 한 후발사업자간 가입자 이동은 불편이 없어 가능하지만 선발사업자의 가입자가 후발사업자로 이동하지 않아 번호이동성제의 본래 목적인 유효경쟁체제 구축은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후발 사업자들의 주장처럼 소비자의 사업자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사업자 전환 가입자에게 단말기 구입비용을 일정 부문 지원하는 제도적 보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돼야한다. 물론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현재 법적으로 부당영업행위인 만큼 이에 준하는 제도적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국내 단말기산업 활성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또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번호이동성 제도를 십분 활용해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있는 콘텐츠 확보를 통한 서비스 다양화와 통화품질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에는 가입자가 비싼 돈을 주고서도 이동한다는 사례를 여러 분야에서 보아왔다.

 이동통신사업자의 문제는 소신있는 기업경영보다는 정부 규제정책의 향배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창의와 혁신보다 정부정책의 추이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환경 아래서는 경쟁력있는 기업이 자랄 수 없다. 번호이동성 정책처럼 정부가 규제하는 방향에 따라 기업활동의 방향을 잡는 상황에서는 정부도 이를 통해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려 들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현상은 기업자율과 책임경영의 해이를 낳게 될 것이다. 때문에 정부도 규제와 개입이 기업자율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 가능한 조용히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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