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한국이 아닌 중국 옌타이에서 부품사업을 처음 시작한 벤처기업 에스세라 최해영 이사는 “고부가 제품인 깨알만한 크기의 휴대폰용 부품 레조네이터(Resonator)를 개발할 계획으로 경기도 수원 근방에 부지를 물색중에 있다”고 최근 만난 자리에서 밝혔다.
국내 부품 업체들이 우수한 노동력을 좇아 중국 시장에 앞다퉈 진출한 것과 달리 에스세라가 한국에 거꾸로 생산거점을 두려는 데는 우수한 인력과 숙련도 높은 공정기술 등을 기반으로 고부가 제품을 개발, 무라타 등 일본 유수업체와 승부를 겨루기 위함이다.
최근들어 국내 부품 업체들의 대중국 진출 전략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업체들은 코스트 다운을 위해 임금이 싼 중국 등 해외로 설비를 앞다퉈 진출했고 그 결과 중국 현지 업체와의 경쟁에서 기술유출·원가절감한계 등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이미 중국에 진출한 수도권 업체를 대상으로 한 재투자의향 설문조사에서 ‘재투자 하지 않겠다’는 부정적인 응답비율이 무려 41.7%로 나타나 긍정적인 답변(34.3%)보다 더 높게 나왔다. 특히 중국 진출 업체 10곳 중 2곳은 투자실패 등으로 사업철수란 쓰라린 경험을 했고 13.7%는 조만간 철수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경쟁력을 단순히 비용 절감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국내에선 기술 집약 제품을 개발, 수익성을 높이고 제품 단가가 떨어지면 중국으로 곧바로 이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경쟁력 확보의 원천이란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또 생산설비를 이전한 후엔 선행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일본과 중국의 집중 견제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생산 거점의 이원화 전략’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LG마이크론은 지난해 중국 푸저우에 연간 1100만장 규모의 브라운관TV(CRT)용 섀도마스크공장을 짓고 올해는 경북 구미 공장에 PDP용 후면판(PRP)을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을 건설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PDP로 빠르게 움직이고 중국은 브라운관이 당분간 대세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영환 사장은 “구미 공장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용 부품을, 중국 공장에선 섀도마스크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해 캐시카우를 이어가고 현재 국내에서 생산중인 제품도 중장기적으로 원가절감 확보 차원에서 중국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 강호문 사장도 “치열한 세계 기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첨단기술 확보밖에 없다”며 “무턱대고 중국에 진출하기보다는 국내에서 고부가 제품생산에 집중하고 코스트 다운을 줄이는 공정 기술을 확보한 후에 진출하는 것이 더 유리, 중국 투자를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중국 우지앙에 첨단 IT소재 공장을 건설한 SKC와 진동모터업체인 자화전자도 중국 현지 생산 공장의 노동집약 제품 생산과 한국 공장의 자본·기술집약 제품 생산이란 역할 분담을 통해서 중국과 일본에 맞서는 강력한 부품소재 업체로 자리매김할 방침이다.
부품소재통합연구단 이덕근 소장은 “부품소재 업체들은 독자 내지는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자본·기술집약적인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만 부품 생산공급 기지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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