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존]`판소리 스타대전` 인기 짱

 “장군, 캐논이 있사옵니다. 뭣이여? 저글링들 캐논 있단 소리에 사지를 벌벌벌벌 떠는디··· 삐용 팡,삐용 팡 팡 팡 팡. 하릴없는 저글링들 꾸역꾸역 들어가 캐논에게 맞아죽는디. 가다 맞고 오다 맞고 기다 맞고 서서 맞고 서성대다 맞고 참말로 맞고 거짓말로 맞고 뒤로 돌아 도망가다 맞고··· 아이고 저글링∼ 나는 생긴지 2분도 아니되었소∼”

 지난 9일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을 보기 위해 잠실야구장에 운집해 있던 1만5000여명의 관중들은 판소리 가락에 맞춰 익살스럽게 펼쳐지는 ‘판소리 스타대전’으로 배꼽을 쥐기에 바빴다.

 ‘스타크래프트’ 팬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전투 장면이 구수하면서도 재치있는 내용으로 바뀌어 판소리로 펼쳐지자 이날 결승전 경기를 보러온 관중들은 박장대소 하며 판소리 가락에 무릎을 쳤다.

 이날 소리 주인공인 박태오(32)의 차림새는 더욱 흥미로웠다. 그는 전통적인 판소리꾼의 ‘두루마기 걸치고 갓 쓴’ 모습에서 과감히 탈피해 ‘가죽코트 입고 썬글라스 낀’ 신세대의 모습으로 무대위에서 열창했기 때문이다.

 그가 부른 ‘스타대전 중 저그 초반러시 대목’은 ‘적벽가’에서 제갈공명이 연환계를 써 불을 질러 조조의 백만대군을 몰살시키는 장면을 스타크래프트 경기 장면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이날 잠실야구장에서 선보인 ‘판소리 스타대전’은 제1회 전주산조예술제 창작판소리부문 대상을 차지한 데 이어 인터넷에서는 수십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젊은이들이 판소리를 듣고 싶어서 스스로 인터넷을 뒤져 클릭하기는 이번이 처음일 것입니다. 이렇게 큰 자리에서 공연을 한 것도 역사에 남을 일이죠. 이제는 우리 시대에 맞는 판소리가 나와서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태오는 사실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게임이 대중문화의 핵심이라는 생각에 스타크래프트를 소재로 한 판소리를만들게 됐다고 한다.

 박태오는 자신의 판소리관을 ‘박카스론’으로 빗대 말한다. 우리의 소리가 더이상 알아듣지 못하는 골동품이 아니라 박카스처럼 마시면 갈증을 해소해주는 친근한 존재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제2, 제3의 ‘판소리 스타대전’을 만들어 젊은이들의 귀를 땡기게 하겠다”는 그는 “전문작가와 함께 ‘스타크래프트 마당놀이’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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