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진흥원 주축 공개SW 표준 추진
국내 리눅스 업계들을 대표해 온 한국리눅스협의회(회장 최준근 한국HP대표)가 존폐 기로에서 헤매고 있다.
회원사 참여 부진과 정부와의 마찰이라는 두가지 암초에 부딪히면서 당장 내년 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예산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
협의회는 이달말 주요 회원사 대표들을 불러 모아 비상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회원사 의견을 수렴해 내년 사업을 포함한 전반적인 협의회의 방향을 결정지을 계획이다.
협의회 한 회원사는 “정통부와 관변에서 협의회에 대한 비판이 심심찮게 불거지고 회원사 이탈도 늘고 있어 이대로는 (협의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통부 공개SW 산업 육성 정책 vs 리눅스협의회=리눅스협의회가 위기에 봉착한 데는 무엇보다 그간 정통부와 빚어온 불협화음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초 정통부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공개SW지원센터를 설립하면서 이 센터와 리눅스협의회간 리눅스 시장 육성의 주도권 싸움이 눈에 보이지 않게 전개돼 왔다.
한중일 공개SW 표준 규격 추진이나 공개SW 시범 도입 기관 사업, 커뮤니티 결성 등 정부 주도의 사업이 리눅스협의회를 배제하고 진흥원을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협의회가 운신할 폭이 상당히 축소된 상태다. 여기에 협의회가 정통부에 최근 건의한 리눅스기술지원센터 운영 사업 등에 대해서도 정통부가 진흥원과의 사업 중복 이유를 들어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사실상 정부와 협의회가 등을 돌리는 형국이 됐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산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민간 업체로 결성된 단체와 마찰을 일으키는 모습이 자칫 업계의 민심을 반영하지 않고 외통수로 정책을 끌고 가는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리눅스협의회, 자성의 계기 되나=리눅스협의회 내부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협의회는 영세한 국내 리눅스업체보다는 주로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협의회를 운영하면서 229개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폭넓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IBM, HP 등 회장사를 역임한 업체들 역시 그동안 리눅스 시장 발전을 위한 중심축 역할을 해주길 바랐던 대다수 회원사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다.
한 리눅스업체 대표는 “IBM이나 HP가 회원사들을 소집해 리눅스 공동사업을 기획했다면 수많은 리눅스 벤처들을 먹여 살렸을 것”이라며 “국내 리눅스 업체들이 고사직전에 내몰렸을 때에도 대표 회원사들은 공동의 이익을 외면하고 협의회 회장사 감투를 자사 마케팅에만 이용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때문에 1세대 리눅스업체를 비롯한 몇몇 리눅스업체들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함께 리눅스협의회를 대체할 민간 이익단체를 결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 단체 참가를 권유받았다는 한 리눅스업체 대표는 “리눅스협의회가 됐든 새로운 민간단체가 됐든 아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할 리눅스 산업을 분열시키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